오는 24일 극장개봉하는 은 세계 최초의 무협 인형극이다. 에서 인형들은 스크린 위를 종횡무진한다. 그 움직임은 진짜 사람의 것처럼 정교하다. 비장한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보폭을 휘감는 바람 소리에 맞춰 정신없이 창칼을 휘두르는 인형들의 모습은 신기하기만하다.
소원을 이루어준다는 신비한 돌 천문석은 무림 최고의 보물로 통한다. 무림의 악당 마괴와 흑골귀 일당이 천문석을 차지하려고 하면서 무림계는 소용돌이에 빠져든다. 무림 고수로 추앙받는 주인공 소환진도 의형제인 청양자와 함께 천문석의 행방을 좇는다. 흑골귀 일당에게 가족과 재산 모두를 잃은 검상경 역시 오랜 칩거 끝에 천문석을 얻어 세상을 지배하려 한다. 결국 천문석을 손에 거머쥔 검상경은 흑골귀 일당을 해치운 뒤 자신을 좇는 소환진마저 없애려 한다.
중국 인형극의 ‘최고수’로 불리는 황준슝의 계승자인 황치왕화가 감독·시나리오를 맡은 은 전통 인형극 의 스타일을 그대로 살려 화려한 무술 동작들을 담아냈다. 총 제작기간 3년, 125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결과 '잘 만든’ 인형이 아니라 '살아있는’ 인형이 탄생한 것이다.
이 돋보이는 것은 기존 인형극이 보여줬던 부자연스러움을 기술력으로 극복한 것이다. 진짜 인간의 동작처럼 보이는 매끄러운 움직임은 할리우드 특수효과팀의 컴퓨터 그래픽 덕분이다. TV에서 사용되는 인형과 달리 스크린 화면의 사이즈 비율에 맞춰 특별히 제작한 점도 눈여겨볼 대목.
거기다 목각 인형의 옷은 물론 소도구, 신발에 이르기까지 정확한 고증을 거친 것이어서 신뢰가 간다. 실제 사람의 머리카락을 사용하고 무협물에서 흔히 나오는 공중 동작을 표현하기 위해 와이어로 인형을 움직인 시도도 볼만하다. 1천 여평에 지어진 세트장이나 중국 전통 고전음악과 현대 음악을 적절히 조화시킨 O.S.T는 영화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그럼에도 주인공들의 천편일률적인 표정 연기는 흠으로 남는다. 말할 때 입술의 움직임이 너무 작아 대사와 행동이 따로 노는 것처럼 보인다. 표정 연기가 제대로 안되다보니 팔과 다리의 움직임은 과장되고 내레이션도 불필요한 부분이 적지 않다.
시나리오는 비교적 탄탄한 편이지만 선과 악의 대립구조로만 이야기를 끌고가다 보니 영화 중반 이후 탄력을 잃는다. 사랑·배신·복수로 얽히고 설킨 서사 구조와 화려한 액션을 담은 볼거리를 모두 담기에는 1시간 30여분의 러닝타임이 벅차 보인다.
2000년 1월 대만 박스오피스 1위. 2000 동경 국제 환타스틱 영화제와 부산 국제 영화제 출품작.
오현주vividro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