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은 본래 1395년 세워진 경복궁의 정문을 일컫는 것이나, 지금은 종로, 세종로, 신문로, 태평로로 통하는 광화문 네거리를 중심으로 정부종합청사, 서울시청, 동아일보, 미국대사관 등의 주변을 일컫는 지역적인 의미로도 병행하여 사용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세종문화회관 주변에는 많은 식당들이 밀집되어 있는데, 인근 직장인 손님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식당들간의 불꽃 튀는 경쟁으로 적당한 가격의 맛있는 식당들이 많다.
금강제화를 끼고 골목으로 접어들면 옛날 그 유명했던 미리내분식의 후신인 1.미리내막국수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미리내분식은 70-80년대 광화문 일대에서 고등학교를 다닌 사람이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유명했던 분식집. 그러나 분식문화가 시들해지며 업종을 바꾸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분식센타 시절의 호황을 능가하고 있다. 막국수와 두부요리를 전문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돌솥밥, 보쌈 등 30여가지 다양한 메뉴가 모두 맛의 기본을 갖추고 있다. 250여 석에 달하는 널찍한 공간이 항상 빈자리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각종회식과 모임의 장소로 애용되는 식당이다. 바로 옆집은 우동전문점 2.고야. 우동, 돈까스, 한치덮밥 등을 전문으로 하지만 저녁시간엔 꼬치구이집으로 변신한다. 우동맛도 크게 손색이 없지만 정종 한잔과 같이 하는 꼬치구이 맛이 더 좋은 집.
세종문화회관 바로 뒤 로얄빌딩 지하의 3.깡장집은 이미 유명한 식당이다. 깡장은 강된장에 양파, 오징어, 풋고추, 돼지고기 등을 잘게 다져 넣고 조금 걸쭉하게 끓인 된장찌개. 대접에 담아오는 부추, 콩나물, 상추와 깡장의 건더기를 건져 같이 밥을 비빈 후, 구수한 깡장 국물을 사이사이 곁들인다. 시내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3500원의 가격이 더욱 놀랍고, 같은 값의 김치뚝배기, 꽁치뚝배기 등도 인기메뉴이다.
독특한 맛의 부대찌개로 얼마 전 TV까지 탄 4.송백. 부대찌개에 콩나물을 넣고 끓여 부대찌개의 느끼한 맛에 콩나물의 개운한 맛을 더했다. 부대찌개와 콩나물해장국을 합쳐 놓은 맛. 버터를 잔뜩 녹인 철판에 소세지, 햄, 베이컨을 신 김치와 함께 볶아 먹는 것도 이 집만의 아이디어. 이것저것 독창적인 맛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식당이다.
여의도에서 구수하고 얼큰한 순대국으로 줄을 서야 먹을 수 있는 유명한 5.화목순대국이 광화문에 1호 지점을 냈다. 순대는 그저 당면순대지만 내장을 듬뿍 넣고 끓여주는 얼큰하고 구수한 순대국 국물에 꼬였던 속이 확 풀어지는 기분.
'LG25'를 끼고 좁은 골목으로 들어가면 개운한 복지리가 별미인 6.대복집이 있다. 찬모가 직접 양념통을 들고 다니며 맛을 만들어 주는데, 매운탕보다 지리솜씨가 낫다는 평. 11월부터 3월까진 천하 일미인 복어고니도 맛볼 수 있다.
로얄빌딩 맞은편 변호사회관 지하의 7.초원죽집도 꽤 이름이 알려진 죽집이다. 해삼, 홍합, 쇠고기, 찹쌀 등으로 쑤는 초원죽과 전복죽, 새우죽이 인기다. 가격은 모두 6000원. 이 외에도 쇠고기와 연두부를 같이 넣고 끓이는 소두부죽, 인삼죽 등 10여 가지의 다양한 종류의 죽이 있는데, 일류의 솜씨라 할 수는 없어도 광화문에선 유일한 정통 죽집이다.
변호사회관 길 건너 샛골목 초입의 8.광화문집은 옛날 맛의 김치찌개로 메스컴을 많이 탄 식당이다. 시큼하게 익은 김치에 김치국물을 붓고 투박하게 썰은 돼지고기를 푸짐히 넣고 끓이는, 옛날 먹던 김치찌개의 순박한 맛이 그대로 살아있다. 계란말이 또한 이 집의 대표메뉴. 둘이 가면 김치찌개와 계란말이를 하나씩 나누어 시켜 먹어보자. 밥을 비벼 먹겠다고 하면 대접에 고추장과 참기름을 줘 반찬으로 나오는 나물로 비빔밥을 해 먹을 수도 있다. 단, 가파른 사다리를 타고 2층 다락방으로 올라갈 때에는 머리를 조심해야 하는 것을 잊지 말도록.
광화문집 골목의 중국인이 운영하는 전통의 중국집 9.동성각. 광화문 일대에선 가장 맛이 좋은 중국집이다. 각종 해물요리가 전문이지만 하얗게 끓여 오는 짬뽕 국물이 아주 일품이다. 동성각과 마주보고 있는 제주토속음식 전문식당 10.한라의 집은 제주 바닷속의 싱싱함이 그대로 느껴지는 해물전문식당이다. 갈치회, 고등어회, 소라회, 자리물회, 성게국, 갈치국 등 온갖 제주토속음식의 제맛을 적당한 가격에 즐길 수 있다. 해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아주 매력 있는 식당으로, 저녁시간엔 예약이 필수다. 모든 재료는 매일 비행기로 제주에서 직송해 온다고 한다.
회전초밥집 11.삼전의 안을 들여다보면 언제나 손님이 빼곡하다. 회전초밥집으로는 스시맛이 괜찮기 때문인데, 두 조각이 한 세트인 스시 한 접시당 2000원. 사용하는 생선의 선도가 좋고 스시의 종류도 다양하지만, 어떤 것은 와사비를 너무 많이 넣었는지 정말 눈물이 찔끔 난다.
회전초밥집에서 조금 내려와 삿포로우동에서 이태리식 패스트푸드 식당인 스바로로 연결되는 골목은 좌우로 온통 먹고, 마시는 집들로 이어진다. 신라호텔출신의 주방장이 운영하는 파스타 전문점 12.뽀모도로엔 항상 손님이 가득하다. 점심시간엔 자리를 기다리는 줄까지 이어지는데,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새우크림소스 파스타. 맞은 편엔 보쌈이 맛있는 13.서울본가바지락칼국수가 있고, 바로 옆의 14.놀부부대찌개도 인근 직장인들에게 인기가 높은 식당. 얼큰하게 찌개를 먹고 남은 국물에 밥을 볶아 먹는다. 그런데 서울본가바지락칼국수의 칼국수에선 밀가루냄새가 난다는 얘기를 잊었네......
광화문 대로변의 15.나무와 벽돌은 식당 벽이 유리로 되어있어 광화문거리를 내다보며 식사를 즐기는 낭만적인 모습의 이태리식당. 그러나 전체적인 맛은 밖에서 식당 안을 들여다보며 상상하는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 점심시간엔 직장인을 위한 '샌드위치 to go'도 있어 샌드위치를 사들고 세종문화회관 분수대공원에서 야외점심을 즐길 수 있다.
사실 광화문에는 분위기 좋은 식당이 별로 없지만, 식사를 마친 후 세련된 기분으로 커피 한잔을 즐길 수 있는 이태리식의 익스프레소바 16.WITCH'S TABLE이 있다. 10여명이 겨우 들어갈 작은 공간이지만 커피맛도 좋고 분위기도 청담동 스타일이다. 조금 더 세련된 모습으로 이른 아침 조간신문을 펼쳐 읽으며 베이글과 계란, 베이컨으로 아침식사를 하는 멋쟁이 손님들의 모습에선 NEW YORK 여피의 아침을 보는 듯 하다.
[eatncook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