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장미를 보내고 두 볼에 키스하려고 안달난 몇몇 국가의 외무장관들을 유혹하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퇴임이 임박한 미 국무장관 올브라이트(64)가 최근 ABC방송과의 회견에서 밝힌 소회 중 일부다. 그는 외국과의 협상 테이블에 나갈 때마다 의미심장한 브로치를 다는 것으로 유명하다. 얼마 전 한국 방문시에는 ‘강한 햇빛’이란 뜻을 담은 ‘선버스트 브로치’를 달아 ‘햇볕정책’에 대한 지지를 나타내기도 했다.
그는 난항을 거듭한 중동평화협상 때는 ‘거미줄 브로치’를 달았고 지난 94년 걸프전 패전국인 이라크 언론이 자신을 독사로 비난한 직후 이라크 외교관을 만났을 때는 ‘뱀 브로치’를 달아 은근슬쩍 면박을 줬다. 또 러시아 방문 때는 강력한 힘의 상징인 ‘독수리 브로치’를 달아 자국의 힘을 과시했고 중동지역 방문 때는 평화를 상징하는 ‘비둘기 브로치’를 통해 모종의 정치적 메시지를 전하기도 한다.
이렇게 인체에 부착하는 몇몇 액세서리는 특정한 메시지를 전달함으로써 암묵적인 어필을 한다. 하지만 물체뿐 아니라 색깔도 비슷한 효과를 준다.
특히 19세기 초까지 미국 인디언들은 몸에 선명한 채색을 했다. 다코타 인디언들은 젊은 여성이 사랑을 하러 갈 때 얼굴에 빨간색을 칠했고 기쁘거나 즐거운 일이 있을 때는 노란색이나 녹색을 칠했다. 보통 고대부터 몸에 화려한 색을 칠하면 칠할수록 그것은 성적 유인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았다.
요즘은 말이 넘치는 시대다. 저마다 직선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고 그에 따른 단답형 답을 원한다. 불만이 있으면 바로 말하고 헤어지고 싶으면 그 자리에서 헤어진다. 모든 게 속전속결이고 느긋한 맛이 없다.
섹스 어필도 마찬가지다. 마치 짧은 치마에 ‘배꼽T’가 섹스 어필의 전부인 양 받아들여진다. 특히 신세대들 사이엔 마음에 드는 이성에게 ‘나랑 사귀자’ 혹은 ‘나랑 같이 자자’고 직선적으로 말하는 것이 대단한 호기인 것처럼 생각하는 경향도 없지 않다.
그럴수록 부부 간의 잠자리에서는 ‘은근한’ 올브라이트식 섹스 어필을 해보는 게 어떨까. 보다 간접적으로, 그렇지만 확실한 이미지를 줄 수 있는 액세서리나 옷차림, 그리고 말을 통해 상대를 새삼 유혹해보는 것도 때론 필요한 법이다. 사랑의 묘미는 ‘밀고 당기는 맛’에 있다고 했던가. 섹스도 한번 밀고 당기며 해보자. 보다 색다른 부부생활을 영위할 수 있을 터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