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현실에서 양립할 수 없는 두 개의 명제가 공존하는 경우를 가끔 본다. 남성의학에서 그러한 예를 들자면 ‘성기의 크기는 섹스와 크게 상관이 없다’라는 것과 ‘남성들은 대물에 대한 컴플렉스를 가지고 있다’는 이 두 명제다. 남성 성기의 크기가 섹스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 왜 남성들은 그렇게도 ‘크기’에 집착하는가. 물론 ‘무엇이든 큰 게 좋다’는 남성들의 욕구가 중요한 이유이겠지만 한편으로 ‘큰 물건’을 선호하는 여성들에게서도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섹스라는 것 자체가 남성과 여성의 상호작용으로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에 남성이 대물 컴플렉스를 가진다는 것은 곧 여성이 대물 선호증을 갖고 있다는 이야기와 진배없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본원에 전화를 걸어온 한 여성은 한참을 묵묵부답으로 있다가 쑥스럽다는 듯 얘기를 꺼냈다. 이야기인즉슨, ‘자신은 어려서부터 남성의 성기에 눈길이 자주 갔으며 지금도 남편의 성기가 작은 데 대해 늘 불만’이라는 것이다. 필자가 ‘성기가 작아서 성생활이 불가능하냐’고 질문했더니 ‘그런 것은 아니지만 왠지 찜찜하다’는 것이다.
사실 이런 경우엔 남성의학적인 접근보다 심리학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그녀가 ‘음탕한 여인’이 아니라면 그 여성 자체가 남성의 성기에 대한 일종의 컴플렉스를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는 어려서 부모로부터 남성과의 차별 대우를 받아옴으로 인해 남성 자체와 남성을 상징하는 성기에 집착을 갖게 된 것을 말한다. 그녀에게 가족관계를 물어봤더니 역시 딸부잣집의 막내로 태어났고 남자라곤 오빠 하나뿐이었다. 당연히 집안의 관심은 여성보다는 남성에게 쏠리게 마련이다.
결국 이런 심리적인 억압기제가 대물 선호증을 낳게 되고 남편의 성기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럴 경우 남성들의 태도는 상당히 중요하게 작용한다. 여성이 ‘대물’을 원한다고 스스로 대물 컴플렉스에 빠진다면 모두가 불행해질 수밖에 없다. 그녀에게 어릴 때 부모로부터 받지 못했던 따뜻한 관심과 애정을 더욱 쏟아부어야 한다. 하지만 어려서부터 얻은 상처는 쉽사리 고쳐지지 않는 법. 아내에게 최선을 다하되 그래도 그녀의 대물 선호증이 고쳐지지 않는다면 수술을 통해서라도 어느 정도 아내의 컴플렉스를 치유해주는 노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