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마다 자기 지역 인구를 늘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들이 사용하는 ‘작전’ 중에는 애교 섞인 아이디어나 각종 인센티브도 있으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도 상당수 있다. 소속 공무원들에게 ‘1주일 내에 관내로 이사할 것’을 강요하거나 경제범죄자, 노숙자 등 주민등록이 말소된 사람들을 유치하기 위해 특별팀까지 가동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사례.》
지자체들이 이처럼 ‘인구 불리기’에 골몰하는 것은 인구가 증가하면 정부의 지방교부금과 지방세 수입이 늘어나는 반면 인구가 줄면 조직이 축소되거나 각종 개발사업 등에서 불이익을 받기 때문이다.
▽각종 혜택 제공〓전남도는 올해부터 농어촌지역 여성이 신생아를 출산할 경우 신생아 용품 지원 및 예방접종비 명목으로 1인당 10만원의 양육지원금을 주고 있다. 14일 현재까지 총 1070명에게 양육지원금을 지급했다.
‘인구 15만명 도시 만들기 운동’을 펼치고 있는 충북 제천시는 지난해 12월 그해 전입가구 중 5가구를 추첨해 25인치 TV 한대씩을 제공했다. 제천시는 현재 14만8000여명인 인구가 14만9000명이 되면 전입가구 중 3가구를 선정해 1등은 1300㏄ 소형승용차, 나머지는 대당 150만원 상당의 컴퓨터를 주고 15만명이 될 경우 전입가구 중 4가구를 뽑아 1등은 2000㏄ 중형승용차, 나머지는 컴퓨터를 줄 계획이다.
경남 하동군은 70년대 13만명이던 인구가 5만9000여명으로 격감하자 읍면별 인구유입 목표량을 정하는 한편 신규 전입자에게 쓰레기봉투를 6개월간 무료 제공하고 상하수도 요금도 6개월 동안 감면해주고 있다.
경남 산청군도 관내 신생아에게 탄생을 축하하는 전보와 1만원권 ‘내고장 상품권’을 선물하고 시기별로 예방접종과 건강검진도 무료로 해줄 계획이다.
99년부터 ‘전입인구 늘리기 운동’에 나선 전남 광양시는 인구 20만명을 목표로 전입자에게 탁상용 시계를 제공하고 쓰레기봉투를 3개월간 무료 지원하고 있다. 이 운동 덕분에 99년 13만6000여명이던 인구가 지난해 말 현재 14만명으로 늘어났다고 자평하고 있다.
▽부작용 사례〓김종철(金鍾轍) 충북 보은군수는 3일 산불비상 등 긴급한 사안에나 발령하는 ‘특별지시 1호’를 통해 외지에 거주하는 140명(전체의 25%)의 소속 공무원들은 가족과 함께 1주일 이내에 관내로 이사하고 부서장들은 15일까지 이주 상황을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대해 일부 공무원들은 “행정공무원의 시군간 또는 도와 시군간 인사 교류가 통상 1∼2년마다 이뤄지고 있는 데다 자녀교육 등 가정사정을 감안하지 않고 단 1주일 내에 전 가족을 이주토록 지시해 주민등록상 거주지만 이전하는 편법 사례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전북도는 지난해 말 현재 주민등록상 인구가 199만9255명으로 그동안 마지노선처럼 여기던 200만명(실제 거주자는 190만명 미만으로 추정)이 붕괴되자 행정기구 축소를 우려해 인구 늘리기에 필사적이다. 현행 지방교부세법과 지자체 행정기구 및 정원 기준에 따르면 광역자치단체의 경우 인구가 2년 연속 200만명을 밑돌 경우 현재보다 1국4과의 기구를 축소토록 돼있기 때문.
전북도는 각 시군에 ‘주민등록 말소자 재등록 특별기동대’를 만들어 노숙자나 채무를 변제하지 못해 주민등록이 말소된 ‘떠돌이’를 찾고 있다. 전북도는 주민등록 말소자가 이달 말까지 재등록할 경우 최고 10만원인 등록비를 절반으로 깎아주고 각종 증명서 발급 수수료를 면제해 줄 방침.
이 같은 지나친 ‘인구 불리기’로 인해 인접 자치단체끼리 마찰도 빚어지고 있다. 전북 무주군은 80년대 중반까지 5만명을 넘던 인구가 3만명으로 떨어지자 얼마 전부터 ‘무주사람 무주살기 운동’을 펴고 있다.
무주군 무풍면은 도 경계지역인 경남 거창군 고제면 봉계리와 입석리 등지를 찾아다니며 “무주로 주민등록을 옮길 경우 유휴농지 제공과 영농자금 지원, 수도요금 할인혜택 등을 주겠다”고 제의했다가 거창군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또 거창군은 주민들을 뺏기지 않기 위해 이장단 회의를 열고 무주군 전입을 자제하도록 홍보하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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