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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포커스]원년 홈런왕 김봉연씨 '야구방망이' 대신 '분필'

입력 | 2001-03-14 19:36:00


왕년의 홈런왕이 야구 방망이 대신 ‘분필’을 잡았다.

프로야구 해태 타이거즈의 원년 멤버로 초대 홈런왕 등 두 차례 홈런왕을 차지했던 김봉연(金奉淵·49·사진)씨. 그는 이번 학기 충북 음성의 극동대(4년제) 겸임교수가 돼 12일부터 ‘스포츠와 건강’이라는 제목으로 주당 2시간씩 교양체육을 가르치고 있다.

이 과목은 활동량이 줄어들고 각종 스트레스로 약해진 현대인의 체력을 스포츠를 통해 어떻게 회복하며 건강한 생활을 유지할지 고찰하는 것. 김씨는 이론 외에도 3㎞ 걷기, 학교 뒷산 답사 등부터 시작해 학기말에는 학생들이 강도 높은 훈련을 받도록 강의 일정을 짰다.

운동선수 출신인 그로서는 학생들이 적어도 이 강의를 듣고 나면 운동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직접 운동을 시작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 그는 선수 생활을 하던 86년 원광대 체육대학원에 입학해 공부했고 운동과 신체와의 관계를 연구한 논문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요즘 행여 실수나 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어 광주 상비군 야구팀 감독 생활을 하는 바쁜 와중에도 밤마다 책과 씨름한다. 그는 88년 선수생활을 은퇴한 뒤에도 지난해까지 줄곧 코치로서 야구인생을 살아왔다.

김씨는 “12일 첫 수업에서 ‘여러분, 저를 아십니까. 프로야구 초기 홈런왕으로 해태 타이거즈 코치 출신입니다’라고 했더니 54명의 학생 모두 묵묵부답이었다”며 “‘스포츠 스타는 운동장을 떠나면 잊혀진다’는 말을 실감했다”며 웃었다.

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