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대표하는 나스닥지수와 다우존스지수는 각각 특성이 뚜렷한 지수다. 나스닥시장은 기술주 중심 종목들이 상장돼 있으며 다우지수에도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이라는 기술주가 있지만 오랜기간 우량하다고 검증된 종목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지금까지 미국시장의 하락을 논할 때에는 대체로 나스닥시장의 하락만을 언급하는 것이 상례였다. 하락폭이 역사상 유래없이 크게 나타나거나 폭락을 보이는 시장이 나스닥시장이었기 때문에 주식시장의 하락 위험을 말할 때 특정 시장에 대한 언급이 없으면 나스닥시장을 지칭하는 암묵적인 동의가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 다우지수의 역사적인 10000선이 무너지고 만 것이다. 지난 해 잠시 10000포인트 이하로 떨어질 때만 하더라도 단기적인 하락에 지나지 않았고 바로 회복했기 때문에 다우지수에 대한 믿음은 더욱 굳어지고는 했다. 최근 나스닥시장이 급락을 거듭하며 2년만의 최저치를 갱신할 때에도 다우지수는 기술주의 대안으로 평가받으며 하락폭을 크게 늘리지 않았다. 나스닥시장은 작년 사상 최고점 대비 60%가 넘는 하락을 기록했지만 다우지수의 경우엔 10000포인트가 무너졌음에도 2000년 1월 기록한 최고치인 11,723p에서 아직 15% 하락에 그치고 있다는 점이 시장의 기대를 잘 말해주고 있다.
그러나 최근 다우지수의 움직임은 심상치 않다. 지금까지 나스닥시장의 하락은 99년 연말을 전후로 폭발적인 상승을 기록하며 거품이 과하게 끼었기 때문에 하락을 수긍하는 분위기였으며 다우지수는 그런 거품 주가를 형성한 적이 없다는 점으로 인해 주가 하락을 크게 우려하지 않았고 실제로도 큰 폭 하락은 모면한채 지수 10000포인트를 유지했었다. 그러나 나스닥시장을 무너뜨린 기업 실적 악화나 경제 성장 둔화가 전통 우량주에게도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누적된 영향이 이제서야 나타난 것이다.
지난 수요일(현지시간) 다우지수의 10000포인트 붕괴를 직접적으로 끌어낸 원인은 일본과 유럽에서 불어닥친 금융권의 악재들이었지만 단지 미국 금융업체들의 약세로만 이어지지 않고 전반적인 우량주의 하락으로 이어진 것은 그만큼 전통주들의 매수세도 취약해졌다는 것을 드러내고 있다.
물론 10000포인트라는 상징적인 지지선이 무너졌다고 해서 당장 다우지수의 몰락을 예상하기는 무리지만 그나마 기술주의 대안으로 평가되던 전통주가 흔들리고 있는 것은 전체 미국 경제의 회복에도 충격을 줄 수 있다는 평가다.
(삼성증권 뉴욕법인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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