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깨니까 어느새 '아줌마의 기수'가 돼버렸네요. 하지만 드라마의 '오삼숙'과 달리 저는 이혼은 반대에요. 애들은 어떻해요? 웬만하면 참고 살아야지."
20일 막을 내리는 MBC 인기 월화드라마 에서 주인공 '오삼숙'역을 맡은 원미경(40)은 드라마에 대한 주부들의 열렬한 반응에 놀랐고, 걱정도 되더라 고 했다.
"이혼시켜라" "재결합은 안된다"는 여성들의 빗발친 의견을 보면서 '우리나라 여자들이 얼마나 한이 많았으면 이럴까'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
실제로 이 드라마는 초반 KBS2 에 밀려 시청률이 12.8%까지 떨어졌으나 오삼숙의 남편 장진구가 바람 피는 내용부터 시청률이 급상승하기 시작, 이혼 무렵에는 절정에 달해 33.3%까지 치솟았다.(TNS미디어코리아 자료)
마지막회에서 장진구는 석사 논문을 베낀 것이 들통나 재임용에서 탈락하고 공부방을 차려 중학교 아이들에게 과외를 가르친다. 오일권(김병세)은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되고 박재하(송승환)는 일자리를 잃는 바람에 한지원(심혜진)과 결혼후 쌍둥이를 키우며 살림을 도맡는다. 한동안 '주부 우울증'에 시달리던 재하는 결국 평등부부상을 탄다.
당초 드라마 기획안의 결론은 오삼숙은 이혼하지 않되 시댁에서 확고한 입지를 구축한다는 것. 그러나 시청자들의 이혼 요구로 드라마 중반에 전격 이혼 했다. 이후 재결합마저 반대하는 진짜 '아줌마'들의 의견이 우세해 결국 각자의 길 을 가는 것으로 끝맺는다. '아줌마'들의 통쾌한 승리인 셈.
원미경은 인터뷰 도중 몇번씩 자신의 연기에 대한 불만을 표시했다. '숙성된 연기가 아니었다'며 오삼숙이라는 캐릭터에 대해서는 "생각할 틈도 없었고, 할 말도 없다"고 했다. 이 때문에 그는 막상 드라마가 뜬 뒤로는 인터뷰를 사절해왔다. 그는 그럴 수 밖에 없는 '한국적 촬영 풍토'에 대해서도 일침을 놓았다.
"완성된 대본은 거의 못 보고 쪽대본 들고 찍었어요. 아침에 원고 받아, 그날 대사 외워 그날 녹화하고…. '연기'는 없고 '대사'만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도 시청률이 높지 않았느냐"고 묻자 "그러게요, 그래서 계속 이렇게 찍나"하며 "하지만 이런 관행은 분명히 바꿔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어눌하지만 따박따박 할 말을 다하는 그는 오삼숙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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