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서울 도심에서 벌어진 동아국제마라톤은 1만여명의 참가선수와 수많은 시민들이 혼연일체가 되어 빚어낸 축제의 장(場)이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번째로 도심 한복판을 관통하는 코스에서 펼쳐진 이번 대회는 참가자와 일반시민들의 수준높은 질서의식과 아낌없는 응원전으로 더 돋보였다. 특히 빈틈없는 사전준비와 대회진행, 완벽한 교통통제 및 경비 등으로 올해 72회를 맞이한 동아마라톤이 명실상부한 세계 유수의 마라톤대회로 자리잡는 계기가 마련됐다.
▼관련기사▼
- "암도 장애도 우릴 꺾지 못해요"
- 남녀노소 불꽃투혼에 시민들 박수
- "아빠와 함께 연습 하프 3등 했어요"
- 숙대교수3명 '상아탑 건각' 자랑
- 완주 3인 소방관 "순직 동료 떠올리며…"
- [특별기고]즐기는 마라톤 자리잡았다
▽마라톤 출발선〓다소 낮은 기온이었지만 화창한 날씨 속에 대회 시작 1시간 전부터 광화문 일대는 참가선수와 시민 등 인파로 장관을 이뤘다. 색색의 유니폼과 머리띠를 두른 참가자들이 출발선에서 몸을 푸는 동안 연도에 나온 가족과 직장동료들은 태극기와 대회기를 흔들며 환호와 박수갈채를 보냈다.
이날 마스터스 부문 하프코스에 참가한 문제현씨(41·경기 성남시 분당구)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동아마라톤에 직접 참가하니 감개무량하다”며 “반드시 완주해 일곱살난 아들과의 약속을 지키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출발 신호와 함께 1만여명의 참가선수들이 일제히 달려나가자 일부 시민들은 함께 달리며 역주(力走) 순간을 비디오카메라에 담기도 했다. 올해 두번째로 이 대회에 참가한 남편을 응원하러 나온 이숙자씨(32)는 “동아마라톤은 갓 돌이 지난 아들을 포함해 우리 가족의 가장 중요한 연례행사”라며 “최선을 다하는 아빠의 모습을 담아 훗날 아이들에게 보여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성숙한 시민의식〓장시간에 걸친 교통통제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시민들은 불편을 감내하며 선수들을 격려하는 등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줬다. 통제구간마다 멈춰선 승용차나 버스에 탑승한 시민들은 선수들이 한명 한명 지날 때마다 차창 밖으로 손을 흔들며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또 이날 오전 서울 강동구 천호동 광성교회의 신도 7000여명은 자가용 대신 교회 셔틀버스와 지하철 등을 이용해 교회에 나가는 등 마라톤 진행을 간접적으로 도왔다. 신도 박계삼씨(여·65·서울 송파구 오금동)는 “범국민적 축제인 동아마라톤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이정도 불편은 충분히 감수할 수 있다”며 “모든 선수들이 무사히 완주하도록 기원한다”고 말했다.
▽축제로 자리잡은 동아마라톤〓이날 대회를 통해 동아마라톤은 참가선수뿐만 아니라 온가족의 화목과 직장동료들간의 친목을 다지는 시민축제로 확고히 자리잡았음을 보여줬다. 마스터스 부문 풀코스에 도전한 이정수씨(53·국민은행 삼성동센터 지점장)는 10여명의 대가족이 응원 나와 눈길을 끈 경우. 이씨의 어머니와 부인, 자녀, 이모 등 일가족은 이른 아침부터 잠실경기장으로 총출동해 이씨의 완주를 지켜봤다.
직장동료들을 응원나온 이철희씨(33·서울 강남성심병원)는 “마라톤은 갈수록 개인주의화 되어가는 직장생활에서 동료간의 우애와 화합을 도모하는 훌륭한 촉매제”라고 ‘마라톤 예찬론’을 폈다.
풀코스에 도전한 한국인 동료를 격려하러 나온 미국인 윌리엄 마커(35)는 “참가자 규모에 무척 놀랐고 수많은 시민들의 뜨거운 마라톤 열기가 매우 인상적이었다”며 “뉴욕이나 보스턴 마라톤 등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 세계적인 마라톤대회임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