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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뜨겁다]野 "벌써 대권만 꿈꾸나"…김대표 잇단 지역공약 논란

입력 | 2001-03-18 18:26:00


민주당 김중권(金重權)대표가 최근 당 시도지부를 순방하면서 지역 공약들을 쏟아내고 있다. 대개 3∼6개의 지역 민원이나 숙원 사업에 대해 지원이나 긍정 검토를 약속하는 식이다.

‘공약 투어’라고도 불리는 김대표의 이런 지역 순방 행태를 놓고 정가에 논란이 일고 있다. ‘집권당 대표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는 긍정론에서부터 ‘선심성 공약 남발’ ‘대선을 염두에 둔 인기끌기 행보’ 등의 비판까지 다양한 평가가 나오고 있다.

▼공약홍수▼

김대표는 13일 충북도지부를 방문, “청주는 내가 판사 시절 3년 6개월 동안 산 적이 있는 ‘제2의 고향’”이라고 운을 뗀 뒤 공약을 늘어놓았다.

그는 “여러분이 건의한 호남고속철도 오송분기점 설치 문제나 조흥은행 본점 충북 이전 문제에 대해서 충분히 검토하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한데 이어 “여러분이 건의하지는 않았지만 육거리시장 현대화 문제도 있는 것 아니냐”고 말하기도 했다.

김대표는 15일 수원의 경기도지부를 찾았을 때는 문희상(文喜相)도지부장이 건의한 5개항에 대해 일일이 답변하면서 도지부의 손을 들어주었다. 예컨대 과밀부담금 부과지역 경기도까지 확대 반대, 경기교육대 설립 추진 등에 대해 “도지부 주장에 일리가 있으므로 당정협의를 통해 뒷받침하겠다”는 식이었다.

이에 앞서 김대표는 9일 대구 경북지부를 찾아 “경주 인근 경마장 설립 문제는 수익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바로 종결되도록 모든 당력을 모아 노력하겠다”고 확약했다. 또 “동해중부선 부설은 대통령 비서실장 시절 내가 저질렀다”며 “포항∼삼척간 끊어진 철도를 잇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공약 분석▼

김대표의 공약엔 몇 가지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당내에서도 나오고 있다.

먼저 국가 정책과 상반되는 경우이다. 한 당직자는 “서울로 한정된 과밀부담금 부과지역을 경기도로 확대하는 것은 국가 정책인데도 김대표가 당정협의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경기도지부의 (확대 반대) 건의가 옳다’고 단언한 것은 다소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타 지역의 반발을 고려하지 않은 공약도 있다. 당 정책위 관계자는 “김대표가 조흥은행 본점 충북 이전을 충분히 검토하겠다고 했는데, 그것은 다른 후보지인 대전 등 지역 주민들을 등 돌리게 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삼성그룹 첨단산업의 대구 유치 노력 약속은 경제 논리를 크게 고려하지 않은 사례로 꼽힌다. 지역의 논리로 기업을 이전시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많다.

또 김대표가 제주도 항공료 부담 경감 방안 마련을 지시한 것도 결국 경감될 비용의 부담자가 될지 모를 항공사나 세금을 내는 전체 국민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김대표측은 “집권당 대표가 지역 현안이나 민원을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수렴해 중앙당에 알리고 중앙 정부와 조율토록 하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fullmoon@donga.com

▼한나라당 "민생문제 시급한데…"▼

한나라당 정책전문가들은 18일 민주당 김중권(金重權)대표가 현실성 없는 무책임한 공약을 남발하고 있다고 일제히 비난했다.

▽목요상(睦堯相·경기 동두천―양주)정책위의장〓경기도만 떼어놓고 생각하면 김대표의 경기지역 공약은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나도 경기도 지역의원이지만 김대표의 공약은 지역균형 발전을 도외시한 단견이다. 대선주자로서의 인기관리 전략일 뿐이다.

경기도를 과밀부담금 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데 이는 수도권 인구를 분산시킨다는 정부정책 방향에 역행하는 것 아니냐. 공장총량제도 폐지하면 오히려 총량제 강화를 요구하는 강원 충청 경상도 등 다른 지역의 이해와 배치된다.

▽이상득(李相得·경북 포항남―울릉)당 경제대책특위위원장〓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삼성자동차를 세계적 자동차로 육성하고, 안동을 세계적 관광지로 만들겠다고 해놓고 지금 뭐가 됐느냐. 김대표도 김대통령을 닮고 있다.

포항∼삼척간 동해중부선 건설 사업은 2조6000억여원이 들어가는 큰 사업인데 타당성 조사도 안된 시점에서 사업을 하겠다는 거냐.

▽이한구(李漢久)제2정책조정위원장〓장기실업, 서민가계 신용 파탄 등 산적한 민생문제는 제쳐두고 대선공약 비슷한 걸 하는 게 ‘민생 챙기기’냐. 지난 3년간 순위가 낮은 사업을 하느라 국가채무가 크게 늘었는데 아직 정신을 못 차린 모양이다. 정부 실무자들 사이에선 요즘 여당의 무리한 사업 추진에 대한 불만이 많다. 조흥은행 본점을 충북으로 이전하는 것은 경제성이 없고, 오송분기점 건설 방안도 천안분기점과의 중복 문제가 먼저 해결돼야 한다.

eodl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