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심층리포트]의보재정대책 표류…정부 '쩔쩔' 여야 '팽팽'

입력 | 2001-03-18 18:31:00


의료보험 재정 위기에 대한 혼선이 빚어지는 원인은 무엇인가.

지난해 의약분업으로 인한 정부의 신뢰도 추락 등 ‘악몽’을 겪은 정부와 여당인 민주당은 이 문제를 자칫 잘못 다뤘다간 또 다시 국민의 지지를 잃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국민에게 정중하게 지난해의 잘못을 사과하더라도 ‘수혜자 이익 부담’원칙에 따라 의보료를 대폭 올린다는 입장이다. 여당인 민주당은 재정 부담으로 문제를 풀 경우 ‘민심 이반’을 우려하고 있고 한나라당은 현 의료보험 제도를 전면 부인하는 ‘공격’을 하고 있다.

여기에 시민단체의 요구와 조금이라도 손해를 보지 않으려는 의약계의 반발이 도사리고 있어 정부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정치권 제동〓민주당측은 의보통합과 의약분업 정책 실패로 4조원 이상의 당기 적자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의보료를 20∼30% 올리고 국고 1조원을 추가 투입하는 등 국민 부담이 늘어나는 데 따른 반발을 우려해 복지부에 대책 보완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남궁석(南宮晳)정책위의장은 “처방료 조제료 과잉진료 등 의보재정을 개선하기 위한 10여개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재정 절감으로) 2조5000억∼3조원을 자체 조성하고 나머지를 보험료 인상이나 국고 보조로 메우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재정 지출요인을 최대한 줄여 국민 부담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의보료 부당청구 적발 등을 통한 운영 효율화의 효과가 기껏해야 1조5000억원에 불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의보료를 인상하지 않으면 계속 국고에 손을 벌려야 하는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한번 먹으면 그만’인 욕을 두고두고 먹어야 하는 상황을 꺼리고 있다.

반면 한나라당은 의약분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지역과 직장 의보를 다시 분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이미 의약분업 체제를 굳혀가고 있는 시점에서 바퀴를 뒤로 돌릴 경우 의약계에 큰 혼선이 오며 정부의 정책 취지가 크게 훼손된다는 입장이다.

▽시민단체 반발〓참여연대는 “의보재정 위기는 99년 11월 이후 5차례나 의보수가가 오르면서 생긴 것이므로 수가 인하 및 근본적 재정 안정화 방안이 없는 한 의보료 인상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노동계도 “정부가 수가를 인상해 재정위기를 초래하고 그 부담을 근로자에게 떠넘기려 한다”며 의보료 인상에 비판적이다.

실제 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지난해 정부 의약계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재정운영위에서 시민단체와 노동계 대표의 반대로 10여 차례 이상 회의를 여는 등 진통을 겪다 연말에 가까스로 보험료를 올렸었다.

정부는 직장 의보료를 지난해부터 3차례, 지역의보료를 한차례 올린 뒤여서 다시 국민에게 손을 벌리기가 명분이 약하다.

▽의료계와 마찰〓복지부는 진료 서비스를 개선하면서 의사와 약사 한 사람이 하루에 처리할 수 있는 적정 진료(처방) 또는 조제건수를 정하는 ‘차등 수가제’를 5월부터 시행할 방침이다. 과잉 처방과 조제, 주사제 남용과 고가약 사용에 대해 급여비를 기준보다 적게 준다는 것. 의료계는 이들 방안에 대해 ‘진료권 침해’라며 반발하고 있다.

복지부측은 “재정위기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혁신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모든 일이 꼬여가는 느낌이다.

songmoon@donga.com

여야의 의료보험 재정악화 해소책

민주당

분 야

한나라당

의보재정 낭비구조, 고가약 처방으로 인한 지출 증가

원인

지역 직장의보 통합, 의약분업

의보 지출구조 개선, 국민 추가 부담

재정안정화 방안

지역 직장 의보 분리

소폭 인상

의보료 인상

고려 안함

신중 검토

건강증진세 신설

반대

원칙 불변

의약분업에 대한 입장

근본적 재검토

▼민주 "약값 거품제거" 한나라 "의보통합 백지화"▼

파산위기에 처한 의료보험 재정을 안정시키기 위한 대책을 놓고 여야가 서로 다른 처방을 제시하고 있다.

민주당은 올해 4조원으로 예상되는 적자 중 의보의 낭비요인 제거 등 효율적 운용을 통해 2조5000억∼3조원의 적자요인을 줄이고, 보험료 인상이나 국고지원 등으로 1조∼1조5000억원을 충당할 계획이다. 한나라당은 의보재정 악화의 원인이 지역과 직장 의보를 무리하게 통합한 데 있다고 보고 두 보험의 재분리를 해법으로 내놓았다.

▽민주당▽

의보료 지출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약값의 20%에 이르는 거품을 제거하고, 약품의 실거래가 상한제를 실시해 제약회사의 부당한 약값 인상과 폭리를 규제하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 또 저가약을 처방하는 병의원에는 인센티브를 주고, 비싼 약품이나 불필요한 항생제 등의 처방을 남용하는 병의원은 행정 제재를 취할 방침이다.

의보재정 건전화를 위해서는 지역보험료 징수율을 현행 92%에서 95% 이상으로 높이고, 고소득 자영업자에 대한 징수를 철저히 감독하며, 건강보험공단의 관리운영비를 현행 7.9%에서 4% 수준으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를 통해서도 해결되지 않는 적자분 해소방안으로는 보험료 인상 외에 추경예산 편성, 건강증진세 신설, 연기금 차입, 금융기관 단기차입 등의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한나라당▽

의보 조직을 직장과 지역으로 다시 분리하고 의약분업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등 의보재정 문제를 근본적으로 다뤄야 한다는 생각이다. 특히 의보 조직 문제에 대해선 소속 의원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92 대 17로 분리 주장이 많았다.

이경재(李敬在) 제3정조위원장은 18일 “의보재정 파탄 위기는 직장 및 지역의보 통합과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강행된 의약분업이 원인”이라며 “두 문제를 함께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은 그러나 보험료 인상과 국고 지원 확대에 대해선 찬반 표명을 유보했다. 다만 최근 의보료 인상에 대해 ‘의보 조직 구조조정을 먼저 실시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i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