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 김영수 교수-배준기씨▼마스터스 풀코스 부문에서는 암(癌)과 사투를 벌여온 중앙대 김영수(金英洙·47·사진)교수와 배준기(裵俊基·66)씨가 완주에 성공, 뭉클한 감동을 전해줬다.
3시간56분11초의 기록으로 골인한 김교수는 99년 12월 간(肝)에서 3㎝짜리 종양을 발견하고 간 전체의 3분의 1을 잘라내야 했다. 재발 가능성은 아직도 60% 이상. 그렇지만 마라톤은 김교수에게 ‘이뤄야 할 것이 많이 남아 있다’는 생각을 심어주며 큰 버팀목이 되고 있다.
“3년 동안 하프코스만 달렸는데 수술을 받고 나니 풀코스에 도전하고 싶더군요. 다음 목표는 풀코스 기록을 3시간 30분대까지 앞당겨 보스턴 마라톤대회에 참가하는 것입니다.”
4시간 18분 26초를 기록한 배씨는 90년에 생존확률 20%의 위암 3기말 판정을 받았다. 항암치료로 머리가 다 빠지고 항암제 냄새만 맡아도 구토를 할 정도로 힘든 시기였지만 좌절하지 않고 수술 뒤 마라톤으로 암을 극복했다. 풀코스 도전은 이번이 두 번째.
배씨는 “암에도 걸렸었고 나이도 들어 행여 젊은 사람 틈에서 처지지나 않을까 걱정했는데 첫 도전 때보다 기록을 10분이나 단축했다”며 “70세까지 10번 더 풀코스에 도전하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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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신 마비 김영갑씨▼
광원 출신으로 85년 탄광이 매몰되는 바람에 척추를 다쳐 1급 장애인(하반신 마비)이 된 김영갑씨(51·강원 영월군 영월읍)도 경주용 3륜 휠체어를 타고 출전, 풀코스를 2시간 33분만에 완주해 눈길. 지난해부터 휠체어 마라톤을 시작해 이번이 풀코스 2번째 도전인 김씨는 “다리가 불편한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다름없이 마라톤을 완주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해 열심히 뛰었다”고 말했다.
또 풀코스 출전 4번째인 이번 대회에서 3시간 44분에 완주한 주부 유지연씨(39·경기 부천시 오정구)는 “이번 마라톤은 몸이 약해 친구들에게 놀림받는 아들(12)을 위해 뛰었다”고 설명.
유씨는 “힘들 때는 아들과의 약속만을 생각하며 뛰었다”며 “출발 전에 ‘엄마 꼭 완주해야 해’라고 힘을 북돋워준 아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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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뺀 탤런트 박철씨▼
풀코스에 도전한 탤런트 박철은 4시간 42분의 기록으로 완주했다. 당초 목표였던 5시간을 18분이나 앞당긴 기록이었다.
“30㎞까지는 살을 뺀 것이 자신과의 철저한 싸움의 결과라는 것을 증명하겠다는 일념으로 뛰었습니다. 체력이 바닥난 뒤 나머지 구간은 아내가 약속한 다음번 우리 아기를 떠올리며 달렸습니다.”
그의 아내 옥소리는 4시간 30분 안에 골인한다면 첫딸 준이의 동생을 선물하겠다고 약속했다는 것.
그는 지난해 7월부터 지금까지 9개월간 딱 13일을 빼고는 하루 최소 10㎞이상을 뛰었다. 이로 인해 한때 120㎏까지 나가던 몸무게(신장 1m82)는 80㎏으로 무려 40㎏이나 줄었다.
한달 전쯤 검찰 수사관 10명이 집에 들이닥친 사건 이후 그의 마라톤에 대한 의지는 더욱 맹렬해졌다. 그들은 그가 체중감량을 위해 히로뽕을 투약했다는 제보를 받고 나왔다고 했다. 이 사건은 혈액 및 소변검사 결과 아무런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와 수사관들의 사과로 끝났지만 자신과 가족이 받은 충격은 컸다.
하지만 달리는 동안 그런 미움은 다 씻겼다. 대신 그 자리를 가족에 대한 사랑으로 채웠다. 그는 11월에 열리는 뉴욕마라톤대회에서 다시 4시간 30분의 기록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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