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천수이볜(陳水扁) 총통이 지난해 선거에서 당선된 지 18일로 1주년이 되었다. 그사이 경기 침체에 따른 실업자 증가와 주가 폭락, 정책 실패 등으로 천총통의 인기는 급락했다.
17일 타이베이(臺北)시에서는 ‘대만 실업자연맹’ 결성식이 열렸다. 실업자는 1월에 사상 최대규모인 16만명을 기록하는 등 지난해 침체에 빠진 경기가 좀처럼 회복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주가는 지난해 연초의 절반 수준으로 폭락했다. 대만발 금융위기설도 꼬리를 문다. 천총통 지지도는 집권 직후 77%까지 올랐으나 지금은 34%로 집권 이래 최저 수준.
경제 침체에는 정부 책임도 있다. 천총통은 국민당 통치기반을 무너뜨리고 정경유착을 뿌리뽑기 위해 ‘검은 돈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그러나 야당의 반발과 기업의 투자위축이라는 부작용만 가져왔을 뿐이다.
원전 4호기 건설을 둘러싼 소동도 실책 가운데 하나. 국민당 정부가 착공한 원전 4호기 건설공사를 중단한다고 발표하자 ‘거국내각의 상징’이던 탕페이(唐飛) 행정원장이 항의의 뜻으로 사직했다. 야당은 총통탄핵을 결의했으며 기업은 정부 정책을 믿을 수 없다며 공격했다. 천총통은 결국 여론에 굴복해 지난달 공사 재개를 결정했다. 중국과의 관계를 보면 그동안 대륙에 가까운 대만의 섬과 중국 사이에 직항 노선이 열리는 등 일부 성과가 있었지만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대만독립’을 주장하는 참모진이 총통 주변에 포진하고 있어 중국은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라는 압력을 누그러뜨리지 않고 있다. 지난 연말에는 여성 보좌관과의 추문까지 불거져 천총통을 곤혹스럽게 했다. 기대했던 성과를 보여주지 못한 1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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