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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한국화가 이숙자씨 14x2m 대작 '백두산' 완성

입력 | 2001-03-18 19:12:00


한국화가 이숙자씨(59·고려대 교수)가 99년 북한을 통해 백두산을 다녀온 뒤 2년 동안 그려온 대작 ‘백두산’을 완성했다. 가로가 14m가 넘고 세로도 2m가 넘는 이 초대형 작품은 이씨가 7년만에 갖는 개인전(21일∼4월3일·서울 선화랑, 조선일보미술관)에 처음 공개된다.

“92년 백두산 그림을 시작했다가 한번 가보지도 않고 그릴 수는 없다는 생각에 도중에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그러다가 북한 만수대창작사 초청으로 10여명의 작가들과 함께 8박9일 동안 백두산 여행을 하면서 다시 기회가 찾아왔지요. 저에겐 정말 꿈같은 일이었습니다.”

막상 백두산 정상에 올랐을 때 마치 막혔던 물꼬가 터지듯 감동과 느낌이 솟구쳐 올라 무아지경으로 스케치에 몰입했다고 한다. 서울로 돌아온 그는 이 스케치를 토대로 92년 중단했던 백두산 그림작업을 재개했다. 그야말로 혼신의 힘을 쏟은 작업이었다.

“뭔가 역사에 남을 큰 작품을 한번 만들고 싶었습니다. 백두산의 장대한 스케일과 정기를 포착해내는데 진력했어요.”

이번 개인전이 열리는 두 전시장 가운데 조선일보미술관쪽에 전시될 이 그림은 지금까지 주로 중국 쪽에서 보아온 백두산 그림과는 다른 새로운 느낌을 준다. 또 채색이 주는 차분한 안정감과 거대한 산이 갖는 위압감이 절묘한 조화를 이뤄내고 있다.

그는 그림의 빛깔이 변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일본에서 수입해온 암채(巖彩·광물성 안료)와 국산 금분(金粉) 등 값비싼 재료들을 사용했다.

현재 암채 가격은 50g에 16만원 선. 백두산 천지를 칠하는 데만 암채 1500g을 사용해 48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들어간 셈이다.

한편 이번 개인전에서 그는 ‘보리밭’ 연작과 ‘이브’ 연작 등을 중심으로 39점의 작품들을 선보인다. 그의 트레이드 마크격인 ‘보리밭’에서 변화를 시도한 ‘훈민정음과 청맥’ ‘청맥과 석보상절’, ‘이브’ 연작에서 파생된 ‘패랭이 꽃이 있는 이브’ ‘이브―부귀평안도’ 등 새로운 시도의 작업들이 포함돼 있다. 이전 작품들에 비해 우리 민족의 한과 생명력의 세계가 더욱 강조되고 있다는 평가다. 02―734―0458

jky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