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을 탈출해 여성만의 몸과 성(性)으로…"
세계여성영화의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제3회 서울여성영화제의 조감도가 나왔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그동안 여성의 섬세한 내면을 표현했던 여성영화의 주제가 여성의 몸과 성으로 옮겨가는 세계적인 추세를 감상할 수 있게 될 듯하다.
서울여성영화제 집행위원회는 16일 서울 종로구 안국동 느티나무 카페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다음달 15일부터 22일까지 동숭아트센터 동숭홀과 하이퍼텍 나다에서 열리게 될 제3회 서울여성영화제의 프로그램을 공개했다.
걸파이트, 캐린 쿠시마 감독
이번 영화제에는 최근 2-3년간 여성 감독에 의해 제작된 우수 영화를 상영하는 뉴커런츠 부분의 20여편을 포함해 모두 8개부분 70여편의 영화가 상영될 예정이다.
뉴커런츠 부분을 기획한 프로그래머 남인영씨는 "이번 영화제에서 돋보이는 작품은 여성에게 금기시되었던 스포츠 영화들과 사랑이라는 주제를 여성 고유의 성이라는 측면에서 바라본 영화들"이라고 소개했다.
스포츠를 통해 여성의 몸을 재발견하는 영화로는 '걸파이트', '가이아 걸스', '섀도우 복서' 등이 선보인다.
지난해 선댄스 영화제 최우수심사위원상과 최우수감독상을 수상한 캐린 쿠사마 감독의 '걸파이트'와 같은해 산타모니카영화제 최우수 다큐멘터리상을 받은 카티아 밴코우스키 감독의 '섀도우 복서'는 여성 복서를 그린 영화들.
마리의 이중생활, 비르지니 와공
여기에 일본 여자 프로 레슬러를 다뤄 올해 베를린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은 킴 론지노토, 제이노 윌리엄스 공동 감독의 '가이아 걸스'가 가세하고 있다.
'걸파이트'는 사랑까지 위태롭게 할 정도로 권투에 깊이 빠져드는 10대 소녀를, '섀도우 복서'는 세계 여성 프로권투 챔피언을 다루고 있다.
남인영씨는 "이 영화들이 남성의 시각에 길들여진 순결한 여성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힘이 넘치는 여성의 몸을 보여주고 있다"고 비평했다.
사랑을 통해 여성만의 성을 표현한 작품들로는 '부정한 관계', '마리의 이중생활', '섹시한 느낌' 등이 선보인다.
'부정한 관계'는 잉마르 베르히만의 극본을 리브 울만이 연출한 영화로 남편의 친구와 관계를 맺는 여성을 통해 사랑의 이면에 있는 인간의 이중성을 포착한다.
비르지니 와공 감독의 '마리의 이중생활'과 대비다 엘렌의 '섹시한 느낌'은 자신의 성을 적극적으로 탐색하는 여성들을 보여준다.
남인영씨는 여성영화의 거장 패트리샤 로제마 감독의 '맨스필드 파크', 가부장제의 속박을 벗어나려는 의지를 다룬 모간 카뎀의 호주 영화 '세레나데', 여성에게 가해지는 가혹한 억압에 대한 저항을 다룬 마리암 샤리아 감독의 '태양의 딸들' 등도 주목해 볼 만한 영화라고 소개했다.
방랑자, 아네스 바르다
뉴커런츠의 개막작으로는 한반도 남쪽 지방에서 만난 평범한 여성들의 삶을 담은 김소영 감독의 '거류'가 선정됐다.
서울영화제의 유일한 경쟁부분인 아시아단편 경선에는 김경란 감독의 '둥둥' 외 한국영화 13편과 이란의 엔지에 샤-호세인 감독의 '데드라인' 외 아시아 영화 7편이 본선에 진출했다.
본선 심사위원으로는 후지오카 아사코, 테자스위니 니란자나, 변영주씨등이 추천되었다.
뉴커런츠와 아시아단편경선을 제외한 프로그램으로는 ▲아네스 바르다 감독 특별전 ▲대만현대여성감독전 ▲ 한국영화회고전 ▲포화속의 여성들(쟁점) ▲여성영상공동체 ▲프라티바 파마 감독 스페셜 등이 예정돼 있다.
서울여성영화제는 다음달 18일 '아시아 여성영화 인력의 네트워킹의 장'이라는 제목으로 국제포럼도 열 예정이다.
서울여성영화제 이혜경 집행위원장은 "이번 영화제는 양이나 질모두 이전 영화제보다 월등하게 나아졌다"며 "문화관광부 지원금 3억원으로 영화제의 규모를 늘릴 수 있었다"고 밝혔다.
영화관람료는 4000원이며 예매표는 4월 1일부터 서울영화제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wffis.or.kr)에서 구입할 수 있다. (문의처: 541-3917-9)
안병률/ 동아닷컴기자mokd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