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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OM IN]부산-울산 '기아모시기' 뜨거운 경쟁

입력 | 2001-03-19 21:49:00


부산시와 울산시가 프로농구 기아 엔터프라이즈(구단주 김수중, 단장 김익환)의 연고지를 놓고 치열한 ‘기(氣)싸움’을 벌이고 있다.

부산을 연고로 97년 창단된 기아측은 연고지를 울산으로 옮기기 위해 이번주 중 한국농구연맹(KBL)에 ‘연고지 이전 승인 신청’을 한 뒤 이달말 KBL의 최종 승인이 나면 다음달 초 기자회견을 통해 연고지 이전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기아측은 최근 발표한 보도자료를 통해 “부산 사직체육관은 난방이 제대로 되지 않아 겨울 스포츠인 농구를 하기에는 부적합하고 관중석과 코트와의 거리가 멀어 팬 동원이 쉽지 않아 연고지를 울산으로 옮기기로 했다”고 밝혔다.

기아측은 “지난해 부산에서 펼쳐진 14경기에서 한 경기당 평균 관중수가 2700여명이었으나 울산에서 펼쳐진 4경기에서는 평균 4000여명이었다”며 “울산으로 연고지를 옮길 경우 지난해 완공된 최신 시설의 중구 남외동 동천체육관을 홈 경기장으로 사용할 수 있고 울산시가 각종 행정지원을 해준다고 약속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부산시는 “기아의 성적이 좋았을때는 부산지역의 관중동원수가 전국 최고였다”며 “성적이 나빠 관중수가 줄어든 것은 생각하지 않고 연고지를 옮기려는 것은 400만 시민에 대한 배신행위”라고 지적했다.

시는 또 “시설이 낡은 사직운동장 대신 아시안게임에 대비해 내년 초 완공할 금정체육관을 홈경기장으로 제공하고 경기장 입장료 징수요율 등을 울산시가 제시한 조건과 같게 조정하겠다”고 제의했다.

부산경제가꾸기시민연대 등 부산지역 시민단체 등도 “기아의 연고지 이전설은 현대자동차가 기아자동차를 인수한 뒤부터 불거졌다”며 “연고지를 울산으로 옮길 경우 기아는 물론 현대제품에 대한 불매운동도 펼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해 11월부터 기아의 유치에 심혈을 기울여온 울산시는 당초 경기장 수익의 20%를 시에 납부토록 돼있는 조례를 15%로 낮추기로 했다가 부산시가 기아를 잡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오자 이를 다시 10%로 낮췄다.

이와 함께 동천체육관에 전광판을 한 개 더 설치해주고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의 영빈관을 기아팀 숙소로 사용될 수 있도록 주선했으며 오는 5월초에는 시민 3만여명을 동원해 대대적인 ‘기아 울산 입성식’을 펼칠 계획도 세우고 있다.

프로농구팀의 연고권을 둘러싼 부산―울산시 간의 싸움은 기아의 뜻이 ‘울산 이전’쪽이어서 울산시가 판정승을 거둘 가능성이 크지만 부산시의 반발도 만만찮아 최종 승패는 KBL의 승인이 나는 이달말쯤 판가름날 전망이다.

sile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