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리 싱글데이'가 추천한 언더 뮤지션은 하드코어 밴드 '피아'(彼我)다.
98년 부산에서 결성된 이 그룹은 99년 부산 MBC 록 페스티벌에서 '기름 덩어리'라는 곡으로 대상을 수상했고 편집앨범 '인디 파워 2001'에서 지누션의 '말해줘'를 하드코어로 다시 불러 주목을 받고 있다.
리드보컬 옥요한, 이재웅(기타), 노영일(기타), DJ 심지, 강대희(드럼), 김기범(베이스)로 구성된 이 밴드의 음악은 시종일관 직선적이고 파괴적이다. 세상에 대한 울분과 분노에 섞인 사운드라고나 할까. 데스 메탈 밴드 '크래시'의 보컬 안흥찬이 프로듀싱을 맡은 데뷔 앨범 'pia@ArrogantEmpire.xxx'발매와 함께 3월31일부터 2일간 서울 대학로 폴리미디어 극장에서 단독 콘서트를 여는 피아를 본사에서 만나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
▼ 따끈따근한 데뷔앨범을 손에 쥔 소감은?
- 옥요한(옥): 새로 태어난 느낌이다. 1년이라는 시간동안 열정을 다한 앨범이어서 뿌듯하다. 한 여름에 시작해 땀과 침이 배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 '피아'라는 그룹명이 이채롭다. 언뜻 들으면 유토피아나 디스토피아를 지칭하는 것 같기도 하다.
- 옥: 특별한 의미는 없다. '그와 나'이거나 '우리 모두'일 수 있다. 일반적이면서 심오한 단어라고나 할까.
강대희(강): 사랑하는 당신과 나 혹은 더러운 세상의 당신과 소외된 나 등 듣는 사람에 따라서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
▼ 1집을 들어보니 강렬한 하드코어와 핌프 록 사운드와 메탈이 가미된 느낌이었다. 이번 음반에서 들려주고자 한 것은 무엇인가?
- 김기범(김): 하드코어나 핌프 록 등 특정한 장르로 구분짓고 싶지는 않다. 직선적인 사운드와 차갑고 냉소적인 보컬을 담은 음악이라고 해두자.
▼ 노래 내용을 보면 분노, 좌절, 소외 등 다소 어둡고 반항적인 내용이 주류를 이루고 욕설도 적지 않게 들린다. 이렇게 가사를 쓴 이유는?
-강: 주위에 즐겁고 아름다운 얘기가 많지만 솔직히 말하기 어려운 것들을 끄집어내고 싶었다. 소외감, 억눌림은 '분노'의 모티브다. 즐겁지만은 않은 세상을 그렸다고 할 수 있다.
심지(심): 'All'이라는 곡에만 직선적인 표현을 넣었고 'Fuck'이라는 용어는 욕이라기보다 음을 강조하는 도구로 봐 주었으면 한다. 구태의연한 방송 심의에 연연하지는 않는다.
▼ 포효하거나 울부짖는 듯한 보컬의 창법이 독특한 느낌이었다.
- 옥: 사실 남들만큼 노래를 잘 못해 노래방에 가도 별로 부를 만한 곡이 없다.(웃음) 창법을 다양하게 하는 이유는 표현력을 더하기 위한 것이다. 정갈한 것보다 거칠고 다듬어지지 않은 것을 좋아하기도 하고.
▼ 98년에 발표한 '기름 덩어리'가 펑키한 하드코어 사운드가 독특했다면 '부끄러움을 알라?', '행복한 꿈의 나라'는 이번 앨범에서 유일하게 조용한 전주가 삽입돼 색다른 느낌을 받았다.
- 이재웅(이): 비꼼의 미학이라고나 할까. 조용히 시작해 강하게 폭발하는 사운드를 통해 극적인 요소를 보여주려 했다.
▼ 네티즌에게 권하고 싶은 피아의 노래를 권한다면?
- 피아: 타이틀곡 '행복한 꿈의 나라'와 '원숭이' '벌레' '잔해'를 들어보길 바란다. '원숭이'가 시원한 연주와 쉬운 멜로디가 귀에 쏙쏙 들어온다면 '잔해'는 '시랜드 사건'을 소재로 영혼을 달래는 '망가'를 샘플링했다.
♬ 노래듣기
- 행복한 꿈의 나라
- 원숭이
- 잔해
- 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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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래시'의 안흥찬이 이번 음반의 프로듀싱과 믹싱을 도와준 소감은?
- 옥: 오프닝 밴드의 인연으로 우리와 작업을 함께 하게 됐는데 뮤지션의 입장에서 편하게 일을 할 수 있었다. 음악에 대한 노하우가 뛰어나 음악적인 완성도를 높이는데 도움이 됐다.
김: 안흥찬 씨가 알맹이가 큰 소리를 만들어주었다면 엔지니어인 은준혁씨는 사운드의 포장에 일익을 담당했다. 작은 스튜디오에서 이만한 사운드가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이들의 힘이 컸다.
▼ '다 덤벼라'라는 슬로건을 내건 대학로 콘서트는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 강: 지금 밝히면 재미가 없기 때문에 극비사항이다.(웃음) 우리 음악이 비대중적인 취향이기 때문에 대중적인 재미를 줄 수 있는 이벤트로 꾸밀 생각이다. 연주와 노래 외에 쇼적인 면을 가미할 것이다.
▼ 최근 콘, 림프 비스킷, 린킨 파크, 서태지 등 하드코어 사운드가 가요계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이러한 경향을 어떻게 생각하나?
- 옥: 외국의 핌프록 음악 성향이 국내에 들어오면서 변태적으로 꼬였다고 생각한다. 가수 숫자는 늘어났지만 내실을 기하지 못한 것 같다. 하지만 하드코어 뮤지션으로 변신해 새로운 음악에 관심을 불러일으킨 서태지는 좋은 일을 했다고 본다.
강: 우리나라는 참 희한하다. 핌프 록이 하나의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것이 문제다. 거품이 빠져야 할 것 같다.
▼ 기성 가요계에 대해 한마디 한다면?
- 피아: 가요를 듣긴 하지만 아무 생각이 없다. 그들에 대해 왈가왈부하고 싶지 않다. 우리는 소수의 마니아 층을 갖고 음악을 하는 것뿐이다.
▼ 가요순위프로 폐지운동에 동참한 것으로 알고 있다.
- 김: 제대로 된 음악 문화를 세우기 위한 뜻깊은 운동이어서 서슴없이 참여했다. 가창력있는 가수들이 설자리가 없는 과도기에 시행착오를 거친다면 지금보다 좋은 환경이 만들어질 것으로 믿는다.
▼ 언더 밴드 생활 4년째다. 그 시간들을 돌아본다면?
- 옥: 멋모르고 음악이 좋아서 시작했지만 지금은 생각할 것이 늘어났다는 게 바뀐 부분이다. 무대 매너나 의상 등에 팬들을 위해 신경을 써야 할 것이 많아졌다.
▼ 의식주에 어려움은 없나?
- 강: 음반이 나와서 배가 부른 상황이다.(웃음) 사실 언더 밴드라면 대부분이 생계 유지에 어려움을 겪는다. 우리도 예외는 아니어서 공연 수익으로 살아가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심지를 제외한 나머지 멤버들은 합숙을 하고 있다.
심: 매 끼니를 거의 라면만 먹지만 음악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 여유시간에는 무슨 일을 하나?
- 노영일: 플레이스테이션 오락도 하고 아는 형들의 서울 영등포 연습실에서 연주와 노래를 맞추곤 한다.
▼ 끝으로 네티즌에게 하고 싶은 말과 추천 그룹을 소개해 달라.
- 김: 서울은 물론 지방에서 콘서트를 자주 열면서 록의 활성화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옥: 피아 음악을 들으면서 가사 내용을 한번쯤을 생각해 주었으면 한다.
이: 라이브 공연장에 찾아와 우리 음악을 함께 즐길 수 있길 바란다.
장: 음반을 준비하면서 웅크려 있었는데 큰 공연이 잡혀 마음껏 터뜨리고 싶다.
피아: 아직 음반을 내진 않았지만 개성있는 음악을 추구하는 하드코어 밴드 '어비스'와 인더스트리얼 록밴드 '노마크'를 강력하게 추천한다.
황태훈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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