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들으셔서 아시겠지만 저는 또 마이너리그로 떨어졌어요. 무슨 말을 써야할지 모르겠군요. 핑계를 대기도 싫고, 변명하기도 싫고. 무슨 말을 해야 하죠."
지난 15일 마이너리그로 내려간 이상훈(보스턴 레드삭스·30)이 답답한 심경을 토로하는 글을 인터넷 홈페이지(www.sanghoonlee.co.kr)에 올려 관심을 끌고 있다.
이상훈은 16일 '모름…?'이란 제목의 글에서 "요즘도 힘내라고 글을 남겨주시는 팬들이 많아 고맙다. 팬들에게 보답해야 하는데 잘 안된다"며 착잡한 심경을 그대로 드러냈다.
이상훈은 또 "바보같이 시범경기 5게임에 등판해 매번 실점을 했다. 세이브 찬스가 두번씩이나 있었는데 제대로 던지지도 못했다"며 "마이너리그에 내려가느니 차라리 방출되는 편이 속이 후련할것 같다"고 자책했다.
그는 "이제는 멕시코로 가야하나? 그러면 한국어, 일어, 영어, 스페인어 4개국어를 배울 수 있겠다"는 자조섞인 농담으로 글을 맺었다.
그러나 이상훈은 17일과 20일에는 팬들의 걱정어린 시선을 의식한듯 "괜한 글을 남긴 것 같다. 앞으로는 팬들의 마음을 헤아리면서 글을 써야겠다"며 한층 안정된 모습을 보여줬다.
이상훈은 "나중에 보면 내가 저런 글을 썼었나 우스운 생각이 들 것 같다. 이대로 그냥 무너지지는 않으니까 걱정하지 말라"며 오히려 팬들을 위로했다.
지난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이상훈은 자신의 공식 홈페이지에 한달에 한번 정도 글을 올려왔으나, 최근 마이너리그로 강등된 이후 3편의 글을 잇달아 올렸다.
최용석/ 동아닷컴 기자 duck8@donga.com
▼3월16일 제목: '모름…?'▼
안녕하세요 이상훈입니다. 이제 한국도 시범경기를 시작으로 해서 시즌에 들어가겠죠. 이곳도 역시 마찬가지 랍니다.소식 들으셔서 아시겠지만 저는 또 마이너리그로 떨어졌어요. 더군다나 오늘은 무슨 말을 써야 할지 모르겠군요. 핑계를 대기도 싫고. 변명하기도 싫고. 무슨 말을 해야하죠. 갑자기 바보같이 구는군요. 지난 글들을 읽어보면 참 길게도 많이 썼었는데. 후후. 별로 할수 있는 얘기는 없지만 그냥 써가다보면 여러분들도 제 마음을 알수 있으리라 생각되는군요. 후후.
요즘도 힘내라고 글을 남겨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참 고마워요. 아직도 저를 잊지않고 응원해주셔서. 보답해야 하는데 잘 안되는군요. 어떡하죠. 제가 여러분에게 한번 물어보죠. 어떡해야 하는지. 그냥 또 열심히 할까요. 다시 한번 해볼까요. 이거 읽으시는 분들 방명록에 글 좀 남겨주세요. 내가 어떻게 하는게 좋을런지. 답답하군요. 아마 마음 속으로 '다시 열심히 해야지' 라고 마음을 먹은후 여러분들로 인해서 더욱더 힘을 얻으려고 하는지도 모르겠군요. 하지만 좀 답답한 마음은 있답니다.
그냥 편안하면서 답답한 마음 혹시 아세요. 어떻게 해야할지도 모르면서 편안한 마음. 푸하하. 왜 웃냐구요. 나도 모르겠어요. 행복한 고민인가요. 내가 배가 불러서 그런가요. 남들은 오고싶어도 마음대로 오지도 못하는 곳인데. 이곳에 오고 싶어하는 선수들에게 미안하군요. 이런일 가지고 한탄을 하고 있다니.
한심하군. 사람다 똑같죠. 기쁘면 헤헤 웃고 다니고.일이 잘 안풀리면 세상 다 무너지는 것 같고. 자기가 하는 일이 이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이고. 아무튼 저 자신을 보더라도 사람들이 이기주의적이라는 것을 알 수가 있겠군요.
오늘은 저를 좀 비판하고 싶군요. 바보같이 5경기에서 매경기마다 실점을 하다니. 기회를 제대로 살리지도 못하고. 세이브 찬스가 두번씩이나 있었는데 제대로 던지지도 못하고. 한심하군요. 마이너리그에 내려가느니 차라리 짤리는 편이 속이 후련할 것 같네요. 이런 식으로 계속하다가는 당연히 짤리겠지만. 짤리면 멕시코로 가야하나. 가서 스페니쉬좀 배우지요 뭐. 그럼 4개국어를 배울수 있겠네요. 한국말 잘하죠. 일본말 조금하죠. 영어 인삿말정도 할 줄 알죠. 그 다음은 스페니쉬. 후후. 아마도 멕시코에 가면 저를 그냥 멕시코 사람인줄 알걸요. 머리 길죠 까무잡짭하죠. 거기다가 수염을 조금 기르면. 후후.
▼3월17일 제목: '이런…?'▼
너무들 걱정을 하고 계시는군요. 걱정하지 마세요 이대로는 그냥 무너지지 않으니까. 무너진다는 단어 참 웃기군요. 그냥 열심히 하면 되는데. 신문을 통해서만 제소식을 듣고 계시는 여러분 들로서는 제 글을 보고 실망 하실수도 있겠지만.
제가 글을 잘못 남긴 것 같군요. 전 그냥 이곳에 글을 남기면 마음이 좀 편해지는데. 앞으로 글을 남길때에는 여러분의 마음을 헤아리면서 써야 겠군요. 물론 저를 아껴주시기 때문에 실망하는 부분도 크겠지만. 그것 또한 여러분들의 마음이겠죠.
방명록에서 글을 읽어보니 제가 괜한 글을 남겼다고 생각이 되는군. 하지만 삭제는 시키지 않을께요. 2시간 걸려서 쓴 글이거든요. 아깝잖아요. 시간이 좀 지나고보면 내가 저런 글을 썼었나 우스울 것 같군요.
아무튼 고맙군요. 이렇게 걱정을 해주시니까. 더욱 더 열심히하죠. 그리고 방명록에 강경록씨. 제가 엘지를 버린 것이 아니죠. 사연을 얘기하자면 좀 길지만. 아무튼 글 잘 읽었어요 그럼 나중에 또 올께요. 안녕.
▼3월20일 제목: '뭐하세요…?'▼
너무들 걱정 하시는군요. 왜 그런거 있잖아요. 살다보면 잠시 답답할때.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여러분들이 걱정하시는 글들이 많아지니까 오히려 내가 걱정이 되는군요. 괜히 나로 인해서 신경이 쓰일까봐. 후후. 자 이제는 걱정하지 말고 하시는일 열심히 하길 바랍니다. 저도 열심히 하지요. 그리고 걱정해주시는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표합니다. 전 잘 지내고 있으니까 걱정 마시구요.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