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샌프란시스코 근대미술관 웹사이트(www.sfmoma.org)에 들어가 3월 3일 시작된 전시회 항목을 클릭해 보자. 디지털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진 제레미 블레이크의 ‘구치냄’이란 그림이 작품 소개와 함께 모니터로 떠오른다.
‘디지털 예술(digital art)’ 작품을 전시장에서 보도록 해야 할 것이냐, 아니면 집에서 컴퓨터를 통해 볼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할 것이냐는 논쟁이 미국에서 일고 있다.
인터넷에 연결된 컴퓨터만 있으면 미술관에 가지 않아도 시간 장소에 관계없이 사이버 공간을 통해 편안히 감상할 수 있는 ‘디지털 미술’이 등장하면서 ‘미술관’이라는 오프라인과전시 여부 및 방법 등을 놓고 충돌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뉴욕타임스지는 맨해튼 휘트니 미술관과 샌프란시스코 근대미술관이 각각 3일과 15일 디지털 미술 전시회를 시작하면서 논쟁이 시작됐다고 전했다.
휘트니 미술관은 전시장의 주요 공간에 디지털 작품을 전시한 반면 샌프란시스코 미술관은 아예 인터넷으로만 작품을 공개했다.
‘데이터 다이내믹스’라는 제목으로 5점의 디지털 작품을 내건 휘트니 미술관측은 “미술관은 디지털 미디어의 모든 가능성을 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위한 최적의 장소”라며 디지털 작품도 미술관에 전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샌프란시스코 미술관은 ‘010101:테크놀로지 시대의 미술’이라는 주제로 5개의 디지털 작품을 소개하고 있으나 미술관엔 작품이 없고 인터넷으로만 감상할 수 있다.
작가와 큐레이터들도 전시방법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단독 공간에서 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전문적인 전시장치를 만들 경우 돈이 많이 든다. 대신 미술관 벽에다 영사기를 이용해 여러 작품을 보게 할 수는 있으나 한 사람은 조작기를 만지고 다른 사람은 감상하는 식이어서 남이 대신 TV 리모콘을 눌러주는 것과 다를 바 없어 감상효과를 해친다는 것.샌프란시스코 미술관처럼 인터넷을 통해서만 감상하게 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특히 로봇 등 일부 설치미술품의 경우 전시장에선 눈으로 감상하는 데 그치지만 인터넷을 통하면 직접 작동시키고 반응까지 볼 수 있어 디지털 미술의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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