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분업이 본격 추진된 99년 이후 국회 보건복지위 회의록을 살펴보면 정부가 의약분업에 따른 국민건강보험의 재정파탄 가능성에 대해 얼마나 안이하게 대응했는지가 여실히 나타난다.
▽99년 10월11일〓황성균(黃性均·한나라당)의원은 “의약분업에 따라 소요되는 비용은 어느 정도인가”라고 물었고, 보건복지부는 “국민의 추가부담은 없다”고 단언했다. 보건복지부는 “의약분업에 따른 처방료 및 조제료 추가부담으로 약 6300억원이 들지만 약제비 감소분 2000억원과 약국의료보험 폐지에 따른 재정절감액 2800억원 등 6800억∼7800억원의 재정절감이 예상돼 문제가 없다”고 구체적인 수치까지 들어가면서 답변했다.
▽2000년 6월20일(의약분업이 시행되기 10일 전)〓김홍신(金洪信·한나라당)의원 등은 “정부가 의약분업으로 국민부담이 없다고 발표해놓고 이제 와서 1조5000억원의 추가부담이 생긴다고 하는 것은 국민을 기만한 것”이라고 추궁했다.
그러나 차흥봉(車興奉)당시 보건복지부장관은 “의약분업 준비에 드는 비용이 1조5000억원이지만 의약분업을 하면 중장기적으로 약의 사용이 줄어들어 약제비가 줄어든다”고 비켜나갔다.
▽2000년 8월11일(의료계 4차파업 돌입)〓윤여준(尹汝雋·한나라당)의원 등은 정부가 전날 ‘2002년까지 보험수가를 100% 수준으로 현실화한다’고 발표한 데 대해 “국민부담 가중이 우려된다”고 따졌다.
이에 취임 5일째였던 최선정(崔善政)보건복지부장관은 “비현실적인 의료수가를 현실화하는 데 소요되는 재원”이라며 의약분업과는 무관하다는 점만 강조했다.
▽2001년 2월19일〓최영희(崔榮熙·민주당)의원은 “올해 적자규모가 2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데 정부의 대책에 획기적인 방안이 없다”고 지적했고, 이원형(李源炯·한나라당)의원은 “보험료 인상은 안된다. 장관의 직책을 걸고 국고보조를 확대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대통령에게 보고하라”고 촉구했다.
보건복지부는 이때까지도 “과잉진료 과다투약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등 지출을 억제, 최대한 자구노력을 한 뒤 하반기에 적정수준의 보험료 인상을 추진하겠다”고 원론적인 답변만 되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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