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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박길상/‘명퇴의 쓰라림’ 제2인생 기회로

입력 | 2001-03-20 18:51:00


금융지주회사와 합병은행 출범이 임박한 만큼 은행퇴직자들이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정년까지 자리가 보장될 것으로 착각하며 살아온 은행원들이 대부분이며, 어느 날 갑자기 퇴직하게 되리라고 생각하지 않은 것이 문제다. 부득이 퇴직하게 됐을 때 이를 위기로 보지 말고 마음을 추스른 뒤 그 옛날 성과가 있었던 시절에 대한 기억을 되살려 준비하면 기회는 반드시 다시 올 것이라고 믿는다.

우선 그동안 하지 못한 전문분야나 어학을 공부하고 자격증을 준비하는 등 자기개발에 매진해야 한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기회가 생기지만, 아는 것이 없으면 하고 싶은 일도 없다. 1968년 멕시코올림픽 마라톤에서 2위를 한 일본 선수가 “괴로움이 끝나면 분명히 즐거움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며 달린다”고 한 말에서 나는 인생이란 마라톤은 포기해선 안 된다는 교훈을 얻었다.

그렇다면 무엇부터 실천할 것인가. 천성까지 바꿀 각오로 습관을 개조해야 한다. 이제는 과거의 은행처럼 좋은 조건의 직장은 없다고 생각하고 명분보다는 실리를 추구해야 한다. 언제 시작할 것인지 고민하지 말고 지금 이 순간부터 시작하자.

퇴직자들이 한꺼번에 늘어나는 만큼 육체노동도 불사하겠다는 각오로 우선 몸을 강하게 단련해야 한다.

또한 보고 듣는 일에서 욕심을 버리고 기존의 직위나 신분의식에서 탈피해야 마음의 안정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과욕을 부리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없고, 마음이 불안해져서 질병을 얻게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퇴직이 곧 인생의 끝은 아닌 만큼 제2의 인생을 어떻게 살다가 마무리지을 것인가를 숙고해 해보지도 않고 쉬겠다는 자세는 버려야 한다.

은행에서 퇴직하는 사람들을 다른 사람들이 ‘우물 안 개구리’ ‘비닐하우스 인간’이라고 말한다는 사실을 알고 하루빨리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체질을 바꿔야 한다. 가족의 협조가 필요한 만큼 가족과 좀 더 대화하고 화합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정부도 은행원 대량 퇴직을 심각하게 보고 재취업 대책 등을 마련하라고 주문하고 싶다.

박길상(국민은행 마케팅전문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