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인간의 게놈 염기서열이 모두 밝혀지고 정부도 ‘바이오 코리아’의 기치를 내걸면서 각 부처와 연구소들이 우후죽순 게놈연구센터 설립에 뛰어들고 있다.
20일 동아사이언스 주최로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인간게놈(유전체)지도 완성기념 심포지엄에서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복성해 원장은 내년에 부설기관으로 국가유전체연구소를 세워 사람 뿐 아니라 각종 동식물에 대한 게놈 연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복 원장은 “우리는 게놈 연구의 역사도 매우 짧고 전문가도 절대적으로 부족해 여러 곳에서 산발적으로 연구를 할 상황이 아니다”며 “그나마 게놈 연구 인력을 가장 많이 보유한 생명공학연구원에 국가유전체연구소를 설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생명과학연구원은 이 계획에 따라 지난주 일본 이화학연구소 부설 게놈과학종합연구센터가 주도하는 침팬지 게놈 프로젝트에 독일, 중국, 대만과 함께 참여키로 했다. 이 프로젝트는 98% 유전자가 서로 같은 침팬지와 인간의 지능의 차이가 어디에서 비롯되는지 알아낼 것으로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의 대표적인 정부출연연구소인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도 최근 포항공대 신희섭 교수, 생명공학연구원 유명희 박사 등 우수 두뇌를 스카웃해 게놈연구에 뛰어들 채비를 차리고 있다.
국립보건원도 최근 부설기관으로 중앙유전체센터(소장 이홍규)를 설치하고 올해부터 10년 동안 1140억원을 들여 질병 유전체에 대한 연구에 나섰다. 이 센터는 각 대학병원에 설립될 12개의 질환별 유전체연구센터를 잇는 네트워크의 중심 연구기관 역할을 하게 된다. 최근 센터는 서울대에 당뇨병, 연대에 심혈관질환, 가톨릭의대에 뇌질환 유전체 연구센터를 설립했다.
한편 과학기술부는 지난해 6월 인간유전체기능연구사업단(단장 유향숙)을 발족시키고 앞으로 10년 동안 1740억 원의 예산을 들여 한국인에게 가장 많은 질병인 위암과 간암에 관련된 유전자를 찾아내 치료법을 개발하는 연구에 착수했다.
과학기술부는 이와는 별도로 독립된 국가유전체연구소를 세우는 방안도 검토 중이지만 현행법으로는 어렵다고 보고, 우선 올 상반기에 대학이나 연구소 한 곳을 국가유전체정보센터로 지정키로 했다. 이 센터는 각 대학과 연구소 등이 산발적으로 벌이고 있는 유전체 연구 분석 결과를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해 공유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센터 설립을 추진 중인 과기부, 보건복지부와 연구소들은 “미국, 영국, 일본, 중국 등이 모두 국가적 차원의 게놈연구소를 90년대에 세워 게놈연구의 선진국이 되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절대적으로 부족한 연구인력, 시장의 활성화 대책도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바이오벤처로서는 거의 유일하게 인간 게놈 분석 연구에 뛰어든 마크로젠 서정선 대표(서울의대 교수)는 “외국에서는 제약회사와 생명공학벤처기업이 게놈 분석을 주도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에서도 더 이상 정부가 모든 것을 하려 하지말고 벤처기업 등이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해 게놈 연구를 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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