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주름살 진 늙은 모습을 싫어한다. 그래서일까? 오래 전부터 피부 과학자들과 화장품 회사들은 사람들의 이런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 과정에서 피부 노화 과정이 일부 밝혀졌고 실제 주름을 완화시키는 물질이 발견돼 화장품에 적용되기도 했다.
최근 LG생활건강의 화장품 ‘이자녹스 링클 디클라인’이 식품의약품안정청으로부터 주름개선효과가 있는 기능성화장품 1호로 승인됐다. 또 피부 노화를 억제한다는 수십 종의 제품이 승인을 신청한 상태이다.
링클 디클라인에는 비타민A의 구조를 조금 변경한 메디민A라는 물질이 0.05% 들어 있다. 고려대의대 피부과 오칠환 교수팀의 임상시험결과 이 화장품을 12주 동안 사용한 35명 중 77%가 주름이 완화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그렇다면 주름은 왜 생기고 어떻게 줄일 수 있는 것일까?
피부는 크게 바깥쪽 표피와 안쪽 진피로 나뉜다. 피부를 솜이불에 비유하면 표피는 천이고 진피는 솜인 셈이다. 진피를 들여다보면 콜라겐이라는 섬유 단백질이 골고루 퍼져 있고 그 사이에 신경 털 땀샘 모세혈관 등이 박혀 있다.
솜이불을 오래 쓰면 솜이 뭉치듯이 나이가 들면 진피조직에 변화가 생긴다. 특히 콜라겐이 잘 만들어지지 않아 밀도가 낮아지고 구조도 바뀌면서 서로 뭉친다. 그 결과 진피가 얇아지고 피부가 탄력을 잃게 되면서 주름이 생기게 된다. 따라서 과학자들은 콜라겐 생성을 촉진하는 물질을 찾으려고 노력해 왔다.
LG화장품연구소 기능성소재연구팀 강상진 박사는 “비타민A가 콜라겐의 생성을 유도하고 혈류를 촉진시켜 피부대사를 활성화시킨다”며 “피부세포 속으로 들어간 비타민A가 레티노인산으로 바뀌고 이 물질이 RAR이라는 단백질과 결합, 콜라겐을 만드는 유전자를 활성화시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비타민A의 주름개선효과가 인정된 것은 1986년 미국 펜실베니아대의 피부학자 알버트 클라이만이 개발한 화장품이 특허를 받으면서부터이다. 클라이만 교수는 1967년 비타민A를 넣은 여드름 크림 ‘레틴A’를 개발했는데 뜻밖에 주름이 없어졌다는 환자들의 반응이 나오자 연구방향을 바꿔 주름 화장품을 개발해 엄청난 돈을 벌었다.
그러나 비타민A의 부작용도 곧 나타났다. 많이 쓸 경우 피부를 자극할 뿐 아니라 각질화도 일으키기 때문이다. 심지어 암을 일으킨다는 보고도 있다. 또 비타민A 자체가 워낙 불안정해 몇 달만 지나면 화장품 안에서 다 파괴돼 버려 발라 봐야 효과가 없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우태하·한승경 피부과·성형외과 한승경 원장은 “화장품에는 비타민A의 함량이 제한돼 있기 때문에 그 효과는 확대경으로 들여다봐야 알 수 있을 정도로 미미하다”며 “피부노화를 늦추려면 매일 얼굴 마사지를 해 피부대사를 촉진하는 등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과일산으로 알려진 AHA도 주름을 없애는 놀라운 효과가 있다며 수년 전에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연구자들은 AHA가 죽은 세포를 없애고 표피 세포의 분화를 촉진시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러나 피부 부작용이 커 최근에는 많이 쓰이지 않는다.
그밖에 노화의 원인이 되는 활성산소을 없앤다는 항산화물질인 SOD, 비타민C, 비타민E 등이 쓰이고 있지만 실제로 주름을 억제하는데 효과가 있는지는 미지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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