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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 뉴스]한국영화 기력 회복할까

입력 | 2001-03-21 18:31:00


올들어 죽을 쑤고 있는 한국영화가 새봄을 맞아기력을 되찾을 수 있을까.

올해 개봉작 가운데 김대승 감독의 「번지점프를 하다」만이 서울관객 40만 명 이상을 동원해 체면치레를 했을 뿐 우리영화의 흥행성적은 한마디로 우려할 만한 상황이란게 영화계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개봉전부터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영화 3편이 오는 24일부터 4월14일까지 차례로 개봉할 예정이어서 한국영화의 자존심을 되살리는데 어느정도 기여할지 벌써부터 주목된다.

먼저 오는 24일 오기환 감독의 「선물」이 미국, 이란, 홍콩, 일본영화 등이 뒤섞여 흥행전이 치열한 극장가에 간판을 내걸고 도전장을 던진다.

복고풍 멜로인 이 영화는 오 감독의 데뷔작으로, 시한부 인생을 살면서 눈물을안으로 삼키는 정연(이영애)과 그런 아내 앞에서 온몸을 던져 사람들을 웃기는 용기(이정재)의 개그 연기가 애절하다.

특히 객석에 앉은 아내가 죽어가면서 지켜보는 가운데 얼굴에 흰 분칠을 하고 팬터마임을 연기하는 남편의 모습을 클로즈업한 마지막 장면은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하는데 부족함이 없을 것 같다.

사기꾼으로 등장하는 학수(권해효) 일당의 코믹한 연기도 중간중간 웃음을 선사한다.

31일에는 곽경택 감독의 「친구」가 막을 올린다. 「억수탕」「닥터 K」로 흥행에 연이어 참패한 곽 감독이 자기자신과 동창생들의 실제 이야기를 토대로 시나리오를 써 고향인 부산에서 억센 사투리를 고스란히 담아 찍은 작품이다.

준석(유오성), 동수(장동건), 상택(서태화), 중호(정운택) 등 네 남자의 1976년부터 1996년까지 20년간에 걸친 우정과 추억을 회고하는 영화로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의대본과 1학년까지 다니다 뉴욕으로 유학을 가 영화학도로 변신한 곽 감독의이채로운 이력이 눈에 띈다.

유오성과 장동건은 물론 성악도 출신의 서태화, 연극배우 정운택의 거친 남성연기가 영화를 잘 지탱하고 있다는 평이다.

오는 4월14일 내걸리는 이무영 감독의 「휴머니스트」는 아버지 납치란 신문 사회면에 등장할 법한 `사건'을 소재로 삼은 영화다.

충무로에선 시나리오 작가로 정평이 나 있는 이 감독은 데뷔작인 이 영화에 배우로 출연했는가 하면 「공동경비구역 JSA」의 박찬욱 감독과 함께 직접 시나리오를쓰기도 했다.

거부인 아버지가 오래 살까봐 걱정인 부잣집 아들 마태오(안재모)는 그림에 재능이 있는 유글레나(강성진), 무식한 아메바(박상면) 등 친구들과 음주운전중 단속경찰관을 숨지게 한뒤 목격자의 협박에 다급해진 나머지 아버지를 납치하기로 공모한다는 내용을 그렸다. 박영규, 안석환도 출연한다.

[연합뉴스=이명조 기자]mingjo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