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SBS가 새롭게 선보인 대형 오락프로그램 (오후 6시∼8시)을 지켜본 시청자들은 당혹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주말 가족 시청시간대에 2시간 동안 펼쳐진 이 쇼는 그동안 다른 오락 프로그램에서 등장했던 수많은 코너들을 확대 재생산했다.
차태현에게 평소 자신의 팬이 아닌 사람들을 설득해 팬클럽 회원으로 만들도록 한 ‘스타 스페셜’코너는 MBC 의 ‘게릴라 콘서트’의 변형된 모습.
다른 방송 프로그램에서 “음식 남기는 것은 용서 못한다”고 말한 적이 있는 ‘god’를 출연시켜 301가지나 되는 중국요리를 다 먹으라고 강요한 ‘스타 호언장담’도 의 ‘건강보감’코너를 연상시켰다.
가수 데뷔를 시켜주겠다며 권투선수와 3라운드 권투시합을 시킨 ‘양동근의 사생결단’코너는 앞의 두 코너를 합쳐놓은 형식이었다.
성형수술을 원하는 여성의 소원을 들어주는 ‘페이스 오프’코너 역시 MBC 의 ‘러브 하우스’코너를 인체에 적용시킨 것.
하지만 시청자들이 느낀 당혹스러움은 이런 베끼기 관행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것은 시청자의 흥미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식의 방송의 오만함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이 프로그램은 ‘시청자들이 원한다’는 미명 아래 출연자들에게 직 간접적 폭력을 자주 사용했다. 출연자들에게 음식 고문을 가하고 권투선수에게 두들겨 맞도록 한 뒤 웃음을 끌어냈으며 프로그램 제작에 앞서 방송사의 어떤 요구든지 수용하겠다는 계약서까지 쓰게 했다.
‘모범생’ 서울대생과 ‘양아치’라 자처하는 여성의 만남을 마치 ‘시험관 실험’처럼 진행할 권리를 누가 방송에게 부여했는가. 술에 취해 횡설수설하고 데이트에서 키스를 나누는 등의 은밀한 사생활를 공개하는 것이 어떻게 그렇게 간단하게 용인될 수 있을까.
5000대의 몰래 카메라로 365일 한 남자의 삶을 생중계한다는 기상천외한 내용으로 개인의 삶을 가차없이 파헤치는 미디어의 횡포를 그린 영화 ‘트루먼 쇼’의 현실이 멀게만 느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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