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기업들이 21일 나치 강제노역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을 개시하라는 미국법원의 요구를 거부하고 계류중인 개별소송을 면제해줄 것을 거듭 주장, 강제노역 보상문제가 교착상태에 빠졌다.
앞서 뉴욕 법원의 셜리 크램 판사는 지난 20일 "독일 기업들이 고령의 강제노역 피해자들에게 보상을 시작하지 않을 하등의 이유가 없다"며 즉각적인 보상금 지급을요구했다.
그러나 독일 정부와 기업들은 이에 대해 "지난해 7월 관련 7개국이 서명한 국제협정은 보상금을 지급하는 대신 독일 기업을 상대로 한 개별소송을 모두 면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미국 법원에 걸려 있는 소송이 기각되지 않는 한 보상을 개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현재 미국 법원에는 강제노역 피해자들이 독일 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17건의 손해배상 소송이 계류중이다.
보상기금 출연 기업들의 대변인인 볼프강 기보우스키는 "크램 판사의 주장은 생트집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크램 판사는 지난달 7일 독일 기업들이 보상금 모금을 지연함으로써 피해자들을 기망할 우려가 있고 보상금 지급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이유를 들어 국제보상협정과는 달리 계류중인 소송의 기각을 거부하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나치치하 강제노역에 동원됐던 생존 피해자 100여만명에 대한 보상기금 목표액은 총 100억마르크(48억달러)로 독일 정부와 기업들이 각각 50대 50으로 분담, 출연할 예정이며 독일 기업들은 모금액 목표를 달성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강제노역 보상문제는 내주 워싱턴에서 열릴 조지 W.부시 미 대통령과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 간의 정상회담에서 주요 현안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베를린=AP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