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더니 봄이 왔건만 전혀 봄같지 않은 주식시장이 이어지고 있다. 한 월가의 증시 전문가도 “봄이 왔건만 꽃은 찾아볼 수 없다”는 말로 현 증시에 대한 실망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대형 호재라 여겨지던 금리 인하도 단행됐지만 좀처럼 시장을 돌리지 못하고 있고 오히려 몇 년만의 최저치 행진을 계속하는 모습이다. 다우지수는 9,500선도 미치지 못하고 나스닥시장도 2천선 다음의 지지선이라는 1800선의 지지 여부도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지난 주부터 불어온 다우지수를 중심으로 한 전통주의 하락이 심상치 않게 전개되는 양상이다. 심리적인 지지선으로 여겨졌던 지수 10,000포인트가 무너지고 난 다음 시장의 하락세가 더 급해지고 있다. 특히 경기 방어주라 여기던 생필품과 제지업, 음식료 관련 산업이 본격적인 하락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수요일에는 생필품 제조업체인 프록터앤갬블(P&G)사의 대규모 감원설이 나돌면서 경기 방어주들이 대거 하락세를 보였다.
지금까지는 주식시장의 하락이 주로 기술주에 치우치거나 전통주에서도 자동차를 비롯한 기계업종등 경기 관련 산업에 충격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경기 방어주로 여겨진 종목군의 경우 하락이 제한됐었고 오히려 주식시장이 폭락을 기록하는 날엔 반대로 피신처 역할을 하며 매수가 몰리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반대의 경우가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기술주들은 그동안 나스닥지수 기준으로 60% 이상 조정을 보였기에 충분한 주가 하락을 일단락됐다는 평가가 고개를 드는 반면 그간 하락폭이 크지 않았던 경기 방어주와 금융주 등 일부 전통주들은 새롭게 재평가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주가의 추가 하락이 진행될수록 거꾸로 전반적인 주식시장의 매력은 높아지는 것이 사실이다. 계속해서 저점을 갱신하고 있는 주식시장이 부담스럽지만 이미 3차례에 걸쳐 1.5%p에 달하는 금리 인하를 단행했고 과거에 이런 공격적인 금리 인하가 단행된 이후 주식시장은 일정 시간을 두고 반등을 기록했다는 실증분석도 나와 있다. 또한 기술주뿐 아니라 상당수의 종목들은 이미 저평가 영역에 진입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도 제시되고 있다. 따라서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는 감원 발표와 기업 실적 악화 전망 등 주식시장의 발목을 잡는 요인만 다소 수그러든다면 반등의 실마리를 풀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삼성증권 뉴욕법인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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