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를 말리는 4강 플레이오프가 한창인 프로농구. 각 팀 ‘대표주자’들의 성격과 플레이스타일은 각양각색이지만 평소와는 달리 최근 한결같이 ‘칩거생활’을 하고 있다. 한마디로 팀을 책임져야 한다는 중압감 때문.
LG 조성원은 최근 시간만 나면 검지 손톱 다듬기에 여념이 없다. 그는 손톱을 웬만한 여자들의 절반 정도 길이로 기르고 있다. 고교시절부터 검지 손톱을 길러야 슛감각이 제대로 살아나기 때문. 그렇다고 마냥 기를 수도 없다. 너무 길면 공에 잘못 맞아 부러질 수 있기 때문. 그래서 손톱용 줄칼로 미스코리아 못지 않게 정성스럽게 손톱을 다듬는다. 마치 전투를 앞둔 군인이 장비를 점검하면서 마음을 다잡는 것과 흡사하다.
‘당구 지존’으로 통하는 삼성 문경은은 플레이오프에 들어오면서 큐를 잡아본 적이 없다. 오전엔 아킬레스건 염증치료에 전념하고 오후엔 훈련에만 열중하고 있다. 플레이오프에 들어오면서 머리도 ‘스포츠형’으로 짧게 깎았다. 유일한 낙이라면 집에 전화를 걸어 16개월된 외동딸 진원이와 대화를 나누는 것.
SK 서장훈은 팀 숙소의 ‘무시무시한’ 사감이 됐다. 외모는 터프가이가 제격이지만 마음은 그야말로 섬세한 남자. 침실에 머리카락 하나 떨어져 있는 것을 보지 못할 정도로 깔끔을 떤다. 식탁에서 숟가락과 젓가락이 삐뚤어지게 놓인 것도 용납을 안해 후배들을 머쓱하게 만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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