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 문학의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가 일본인이 아닌 작가들의 활동이 활발하다는 점이다. 그 중에서도 재일동포 작가들의 활약은 단연 눈부시다.
특히 유미리와 양석일은, 이미 일본 문단에서도 자타가 인정하는 작가에 속한다. 유미리는 1996년 일본 문단의 가장 권위있는 등용문인 아쿠타가와(茶川)상을 비롯해, 여러 문학상을 받았다. 양석일은 펑펑 솟구치는 샘과 같은 왕성한 창작욕의 소유자로, 힘이 넘치는 작품을 계속해서 발표하고 있다.
그 밖에도 1999년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한 현월, 시집 ‘부루클린’ ‘야곱슨의 유언’으로 주목받고 있는 시인 송민호도 맹활약 중이다.
이들 재일동포 작가들의 특징은, 이전 세대와는 달리 강렬한 정치의식이나 민족의식에 중점을 두지 않고, 작가 자신들의 발상을 자유롭게 펼친다는 데에 있다. 확실히 이들의 작품에는, 정치성은 엷어진 대신에 문학 그 자체에 대해 한층 날카로워진 비평정신이 감지된다.
이와 비슷한 측면에서 우리는, 리비 히데오, 데이비드 조페트 등 일본어를 모국어로 하지 않는 작가들, 즉 일본어를 제2언어로 학습한 뒤 일본어로 작품을 발표하고 있는 외국인 작가들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리비 히데오는 1950년 미국에서 태어나 소년 시절을 대만과 홍콩에서 보냈는데, 1967년 일본에 온 이후부터는 일본과 미국을 왔다 갔다 하면서 지내고 있다. 그는 오랫동안 스탠퍼드대에서 일본 문학 교수를 역임했으나, 지금은 대학을 그만두고 일본에서 살고 있다. 그의 소설 ‘성조기가 들리지 않는 방’은 노마(野間) 문예 신인상을 수상했고, ‘천안문’은 아쿠타가와상 후보작에도 올랐다.
데이비드 조페트는 1962년 스위스에서 태어나 쥬네브 대학의 일본어학과를 졸업한 뒤, 교토의 도지샤대에 유학을 했다. 공부를 마친 뒤, 그는 일본의 TV방송국에 입사해 기자로 근무하면서 일본어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그의 소설 가운데 특히 유명한 것은, 1996년 스바루문학상을 받았고 아쿠타가와상의 후보가 되기도 했던 ‘이치겐상’이다. 이 작품은 곧바로 영화화되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 밖에도 시인상으로 정평 있는 나카하라 추야상을 받은 미국 출신의 시인 아더 비나드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의 시는 ‘땟국물이 끼지 않는 투명도 높은 언어’라고 찬사를 받았다.
이같은 외국인 작가들은, 일본 문학이라는 기성의 틀이 해체되고 있는 가운데, 지금까지는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힘의 요구가 맞물리면서 등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외국인 작가들을 단지 쇠약해진 일본 문학의 피로 회복제 정도로만 생각하는 것은 큰 오산이다.
근대문학은 어떤 의미에서는 국민문학이기도 했다. 즉, 작가와 독자 공동체, 언어와 민족은 서로 조화로운 관계 속에 있다는 점을 당연히 여겨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 소개하는 외국인 작가들은, 이같은 ‘근대문학〓국민문학’이라는 제도를 부드럽게, 그렇지만 결정적으로 부수려 하고 있다. 바로 이러한 점에 이들 외국인 작가들의 존재의 소중함과 의미가 있다.
이연숙(히토츠바시대 교수·언어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