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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뜨겁다]김덕룡의원등 개헌론 잇단 발언…한나라 반대

입력 | 2001-03-25 18:38:00


한나라당 김덕룡(金德龍) 의원의 정 부통령제 개헌 주장에 민주당 지도부가 화답하고 나서면서 개헌론이 또다시 정치권의 주요 관심사로 고개를 드는 모습이다. 특히 개헌에 공감하는 것으로 알려진 여야 개혁 성향 중진 의원들의 접촉설까지 흘러나와 개헌론이 정계개편 움직임과 맞물려 공론화되고 있다는 시각까지 대두되고 있다. 개헌론의 실상과 허상을 짚어 본다.

▼與 당직자들 개헌 긍정적▼

▽개헌론와 호헌론의 역학 구도〓민주당 김영환(金榮煥) 대변인은 25일 “개헌론을 공론화하거나 구체화하기 위한 어떤 노력도 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요 당직자들의 속마음은 이와 다르다.

김중권(金重權) 대표는 얼마 전 “(내년 대통령선거 전에)개헌은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지만 개인적으로는 대통령 중임제와 정 부통령제를 도입하는 개헌이 소신이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 한화갑(韓和甲) 최고위원도 “대통령 단임제에선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레임덕이 올 수 있다”며 개헌론을 피력했고 이인제(李仁濟) 최고위원도 “분위기와 여건이 성숙되면 현대통령 임기 내에 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 바 있다.

평소 개헌론과 무관한 태도를 보이던 박상천(朴相千) 최고위원도 23일 경북대 특강에서 “중임제와 정 부통령제 개헌이 상당한 세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절대로 개헌은 안된다’는 게 당의 공식 견해. 여권이 현재의 지역구도로는 내년 대선에서 승산이 낮다고 보고 개헌을 통해 이 구도를 바꾸려고 한다고 보기 때문.

이로 인해 한나라당 내에서 그동안 공개적으로 개헌지지 의사를 표명해온 사람은 많지 않다. 박근혜(朴槿惠) 김덕룡 의원 정도가 거의 전부이다.

그러나 의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신동아(2월호) 조사 결과는 이와 다르다. 정 부통령제 개헌에 대해 설문에 응한 한나라당 의원 82명 중 10명은 ‘대선 전 개헌이 바람직하다’, 35명은 ‘차기 정권에서 고려할 만 하다’고 답해 모두 45명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

▽민주당의 기대〓민주당은 한나라당 김덕룡 의원의 정 부통령제 발언을 계기로 한나라당 내에 잠재적 개헌론자들의 의견 표출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분위기 조성 작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김근태(金槿泰) 최고위원과 이상수(李相洙) 원내총무가 24, 25일 기다렸다는 듯이 김의원의 발언에 화답하고 나선 것도 이런 ‘개헌론 불씨 지피기’의 일환.

김대변인은 “국민 가운데 많은 사람이 대통령 중임제 및 정 부통령제 개헌에 공감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한나라당은 왜 이런 주장이 나오는지를 깊이 생각하기 바란다”고 거들었다. 그는 또 김최고위원과 한나라당 김덕룡, 손학규(孫鶴圭) 의원의 접촉설과 관련해 “여야 중진들이 대화를 나누는 것은 정국경색을 푸는 데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현미(金賢美) 부대변인도 “이회창총재는 2000년 4월18일 한 인터뷰에서 ‘대통령 중임제 개헌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며 개헌론에 이총재까지 끌어들였다.

주요 인사들의 개헌 관련 발언

발언자

발언 일시

발언 요지

김근태 민주당최고위원

3월25일 기자와 만나

현 대통령 임기내에 반드시 정 부통령, 4년 중임제 개헌이 이뤄져야 한다. 개정헌법은 차차기대선부터 적용하면 된다.

박상천 민주당최고위원

3월23일 경북대 정외과 초청강연

4년 중임을 허용하고 부통령을 두는 방안이 상당한 세를 얻고 있으나 한나라당 의원의 절반 정도가 호응하지 않으면 어렵다.

김덕룡 한나라당부총재

3월22일 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 특강

차기대선 전에 정치개혁 추진과 함께 지역대결이 아닌 비전과 정책을 놓고 경쟁할 수 있는 정당구조의 개편이 필요하다.

이만섭 국회의장

2월11일 중앙일보 회견

대통령 4년 중임제, 정 부통령제 개헌 주장은 차기 대선 전략에서 나온 것이다. 개헌론에 대해 국민은 관심도 없으며 납득하지도 않을 것이다.

이인제 민주당최고위원

1월26일 김포공항 입국회견

개헌은 특정 정파의 이익과 유 불리를 위해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분위기와 여건이 성숙되면 현 대통령 임기내에 개헌을 하는 것이 좋다.

김중권 민주당대표

1월26일 국민일보 회견

최고위원 시절 대통령 4년 중임제와 정 부통령제 도입 필요를 지적했으나 현재로선 개헌은 생각하지도 않고 있으며 또 현재 가능하지도 않다.

한화갑 민주당최고위원

1월24일 미 로스앤젤레스 강연

현행 단임제는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레임덕이 올 수 있다. 그러나 개헌은 국민의 여망과 시기가 맞아 떨어지는가가 중요하다.

이회창 한나라당총재

1월1일 일간지 신년 인터뷰

개헌론은 인위적인 정계 개편 의도에서 비롯되고 있다는데 모든 당직자들이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野 "불필요한 논쟁 말자"▼

▽개헌론의 한계〓그러나 이런 민주당측의 의도 대로 개헌론이 공론화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우선 이를 위해선 한나라당 내 개헌론자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야 하는데 이들의 반응이 민주당측의 기대에 턱없이 못미친다.

한나라당 이부영(李富榮) 부총재는 25일 김근태 최고위원과의 회동 사실이 알려지자 당 대변인실에 전화를 걸어 “의원회관으로 김최고위원이 찾아와 의례적인 얘기를 했을 뿐인데 마치 개헌이나 정계개편 등을 논의한 것처럼 알려진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손의원도 “대통령 선거를 앞둔 시기에 개헌논의를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선을 그었다. 그는 “그동안 내가 해왔던 당 지도부에 대한 비판은 당의 체질 개선을 통해 집권 능력을 키우자는 것이지 개헌이나 인위적인 정계개편과는 전혀 별개”라며 “최근 일부에서 김덕룡의원이 움직이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묻는데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당을 지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나라당 권철현(權哲賢) 대변인도 “나라가 위기 상황인데 개헌 문제로 싸우는 것은 불필요한 일”이라며 개헌론 매듭을 시도해 당장 개헌론이 한나라당 내에서 수면위로 부상하기는 힘들 전망이다.

i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