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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NBA 라이브 2001'

입력 | 2001-03-25 18:43:00


직접 움직이고 싶기에 더 즐겁다. 스포츠는 즐겁다. 도시에서는 더욱 그렇다. 학교나 회사에서 시달린 몸을 모처럼 움직이고 땀을 흘리며 열을 올린다. 늦은 밤 자율학습에서 돌아오는 길, 아니면 점심을 급하게 먹고 남는 빠듯한 시간에 콘크리트 운동장에서 한 게임을 즐긴다. 평소에는 수줍던 사람이 얼굴이 빨개지도록 고함을 질러대고, 멋진 플레이를 성공했을 땐 어울리지 않는 과장된 쇼맨쉽을 보여주기도 한다.

직접 뛰는 것과는 다르지만 경기를 보면서도 비슷한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 운동장까지 찾아가지 않더라도 TV 화면 앞에 둘러앉는 것으로도 좋다. 월드컵대회만 열리면 아파트 단지는 하얗게 밤을 밝히고, 다음 날까지 회사에서 학교에서 흥분은 계속된다. 심장이 약해서 쓰러지는 사람이 있고, 자기가 응원하는 팀을 옹호하다가 주먹다짐이 벌어지기도 한다. 같은 편을 응원한 인연 하나만으로, 경기장 밖 도로에 신문지를 깔고 모여 앉아 술잔을 기울이기도 한다.

스포츠를 PC로 즐긴다는 얘기는 어찌 보면 모순이다. 차가운 모니터 속에는 땀과 열기가 없다. 그래도 게임 속에 스포츠가 있다. 직접 뛰는 것과는 다르다. 하지만 TV 중계를 구경하는 것과도 또 다르다.

‘NBA 라이브 2001’는 최고로 평가받는 스포츠 게임 중 하나다. 미국은 물론 국내에서도 NBA의 인기는 하늘을 찌른다. 이 게임의 인기는 일차적으로 그 때문이지만 게임 자체의 완성도도 높다. 매년 새로운 버전이 나오면서 조작 시스템과 그래픽은 나날이 발전을 거듭한다. 그래픽이 얼마나 좋아졌냐면, 선수 얼굴 하나 하나가 구별될 정도다. 코비 브라이언트나 샤킬 오닐은 물론 체임벌린같이 현역에서 물러난 전설적인 스타도 직접 움직일 수 있다.

키보드를 두들겨서 농구 플레이를 제대로 구현할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이 사라지는 데는 1분도 걸리지 않는다. 레이업, 덩크, 훅 슛, 드리볼에 블러킹, 인터셉트. 다양한 기술이 자유자재로 구사되고 생생한 실황 중계도 있다.

스포츠 게임은 원래 그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더 큰 즐거움을 준다. 원래 스포츠를 싫어한다면 스포츠 게임도 시큰둥하다. 반면 게임에는 관심이 없어도 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은 스포츠 게임을 접하면 열을 올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게 스포츠 게임의 핵심이다. 농구를 좋아하던 사람은 ‘NBA 라이브’에 열을 올리고 축구에 관심이 있다면 ‘FIFA’에 넋을 잃는다. 왜냐하면 매일 새벽 학교 운동장에 나가 죽어라고 연습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박상우(게임평론가) SUGULMAN@chollia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