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제 스스로 결정할 자신이 없어서….”
C고 2년생 P군(16)은 들릴 듯 말 듯한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P군은 학교 성적이 상위 3% 안에 드는 ‘수재’였다. 친구들은 P군을 무척 부러워했지만 P군이 ‘결정’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없었다. 심리검사에서도 불안과 우울 점수가 높았다.
직업이나 학과를 선택하려면 ‘결정’을 내려야 한다. 진로를 선택하는 것은 자신의 인생을 위한 결정과 같다.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해야 그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있다.부모나 다른 사람의 권유나 결정에 의해 진로를 선택한다면 나중에 다른 사람을 탓하거나 원망하면서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회피할 가능성이 많다.
자녀에게 지나치게 기대하는 과요구형 부모나 자녀를 지나치게 보호하는 과보호형 부모 밑에서 자란 자녀들은 의사결정력이 없다. P군 부모는 전형적인 과요구형이었다. P군의 생각을 무시하기 일쑤였으며 “∼해야만 한다” 식으로 높은 기대치를 제시하곤 했다. P군은 부모의 기대에 어긋날까 두려워 결정을 하지 못하는 아이가 된 것이다.
P군 부모에게 “아버지(어머니)는 ‘네가 ∼했으면 하는데 네 생각은 어떠니?’라며 자녀가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의사결정력을 키우려면 일상의 작은 일부터 자녀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많이 줘야 한다. 혹시 아침에 자녀들이 학교에 입고 갈 옷을 골라주지 않는가? 숙제를 대신 해주거나 학교준비물을 대신 챙겨주지 않는가? 자녀가 잘 못할까봐 걱정해 부모가 문제를 해결하거나 기대치부터 제시하면 자녀는 부모의 결정만 기다리게 된다. 실패나 실수도 해봐야 다음 번에 제대로 할 수 있다.
결정을 대신 내려주기보다 잘 결정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부모의 몫이다. 자녀가 진로에 대해 고민할 때 선택 가능한 대안을 모색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그리고 진로의 장단점을 동시에 생각하고 예상되는 어려움을 극복할 전략을 세울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자녀 인생의 주인공은 자녀라는 것을 잊지 말자. 02―516―2590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상담원)eunhk@krivet.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