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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광고촬영 애태우는 동물연기자들

입력 | 2001-03-26 18:34:00


광고업계에서 쓰는 용어 중에 3B가 있다. 미인(Beauty), 아기(Baby), 동물(Beast)를 일컫는 것. 이 3가지 요소를 이용한 광고는 소비자의 주목을 쉽게 끌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중 동물은 남녀노소의 관심을 끄는 좋은 소재. 귀여운 강아지나 병아리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보면 누구든 행복한 표정을 짓게 마련이다. 다만 원하는 동작을 연출하기 어려운 점이 단점. 이를 극복하기 위해 요즘엔 컴퓨터 그래픽이나 모형 동물을 대신 쓴다.(특히 곤충의 경우)

광고에 가장 흔히 등장하는 동물은 개다. 지능이 높고 훈련이 잘 되기 때문. 광고에 출연하는 개는 알음알음으로 섭외하거나 한국애완견협회의 도움을 받는다. 그래도 마음에 드는 ‘모델’이 없으면 담당PD가 충무로 등 애완견 상가를 이잡듯이 뒤진다.

콘티는 보통 광고에 출연하기 1주일쯤 전에 개 주인이나 조련사에게 전달된다. 충분히 연습을 하고 나오라는 뜻. 그러나 막상 촬영장에선 예기치 못한 문제가 발생한다. 주인이 말할 땐 잘 따라하던 개가 연기자의 명령엔 ‘동네 개짖는 소리’ 듣듯 무관심한 경우는 다반사. 따가운 조명이 내리쬐고 한가지 동작을 반복적으로 시키면 피곤해서 주저앉아버리기도 한다.

‘견공 모델’의 출연료는 당연히 주인의 몫이다. 그런데 사람과 달리 개의 출연료는 실력보다 ‘혈통’에 좌우된다. 보통 개 가격의 절반 수준. 이유는 혈통이 좋을수록 머리가 좋기 때문이다. 피자헛 광고에서 ‘열연’한 강아지는 몸값 400만원의 반인 200만원을 받았다.

요즘엔 이색적인 동물도 등장한다.

011 TTL의 새 광고에는 개구리가 등장한다. 봄의 전령인 ‘개구리가 20살의 희망’을 상징한다는 설명. 지난 1월 촬영한 이 광고는 엄동설한에 ‘예쁜 개구리’를 구하느라 애를 먹었다. 심사숙고 끝에 내린 결론은 일본에서 애완용 개구리를 수입하는 것. 이때 들여온 개구리는 500마리에 달했다. 콘티 중에 수많은 개구리가 떼로 등장하는 장면이 있고 만일의 ‘불상사’에 대비해 예비배우를 확보해야 했기 때문. 뜨거운 조명을 견디지 못해 촬영중 ‘순직’한 몇 마리와 스텝들이 애완용으로 가져간 극소수를 제외한 개구리는 촬영뒤 서울대공원에 기증됐다.

의류브랜드 크렌시아와 남성화장품 딘클라우는 각각 고슴도치와 뱀을 모델로 기용했다. 크렌시아 광고에 출연한 고슴도치는 아프리카 출신의 ‘외국 배우’. 추위에 약한 이 고슴도치는 한겨울 야외에서 비맞는 장면을 촬영하는라 특별대우를 받았다. 감기에 걸리면 죽을 수도 있는지라 제작진은 한 컷이 끝날 때마다 히터기로 데려가서 수건으로 털을 말려줘야만 했다.

딘클라우 광고에서 뱀띠스타 원빈과 호흡을 맞춘 뱀도 특별대우를 받았다. 10년 경력의 땅꾼을 ‘연기 사부’로 모신 이 뱀을 위해 촬영장은 온도는 물론 습도까지 일정하게 유지했다.

africa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