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정가제를 둘러싸고 6개월 넘게 끌어온 논란이 출판사와 온라인 서점 간의 대타협으로 일단락됐다.
온라인 서점과 주요 출판사들이 참여하고 있는 한국출판인회의 유통대책위원회(위원장 이승용 홍익출판사 대표)는 석달 넘는 협상 끝에 도서할인판매 가이드라인에 합의, 4월10일부터 시행하기로 했다고 26일 발표했다.
합의안에 따르면 온라인서점은 출간 1년 미만의 신간에 대해 정가의 10%까지 할인을 해줄 수 있으며 가격 할인과는 별도로 5%의 마일리지(적립금 제도)를 추가로 해줄 수 있게 한다는 것. 나온지 1년 이상 된 책에 대해서는 인터넷서점이 자율적으로 할인율을 정하기로 했다. 단 1년 이상 된 책의 할인은 출판사측이 동의하는 경우에만 가능하다.
그동안 유통대책위에 참여하지 않은 채 독자적으로 할인 판매를 해온 인터넷 서점 알라딘도 이같은 할인 폭을 따르기로 결정했다. 조유식 알라딘 대표는 이날 “도서정가제에 대한 출판유통계의 지루한 소모전을 끝내기 위해 유통대책위의 합의사항을 지키키로 했다”고 말했다.
이승용 유통대책위 위원장은 “온―오프라인 서점의 대립 국면이 더 이상 계속되면 도서유통 시스템이 와해되어 출판계가 공멸하는 파국이 일어날 수 있다는데 양측이 공감해 막판 대타협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한국출판인회의 소속 300여개 출판사는 지난해 10월 도서정가제를 유지하기 위해 할인 판매를 실시하는 온라인서점에 책 납품을 중단키로 결의했고, 일부 온라인 서점은 이를 담합행위로 규정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는 등 마찰을 빚어왔다.
▽할인폭〓예스24 알라딘 북스포유 와우북 등 온라인 서점에서 신간은 실제로 정가의 15% 가량이 할인 판매되며, 구간은 현행처럼 20∼30% 정도의 할인판매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예스24’ 등 인터넷서점들은 지난해말 정가제 논란 이후 신간에 대한 20∼30%의 할인폭을 10∼15%로 낮춘 상태여서 인터넷서점 이용자의 ‘체감 할인폭’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듯하다.
▽대형서점의 입장〓대형서점들은 이번 합의를 환영하고 있다. 현재 매장 판매와 함께 인터넷 판매를 병행하고 있는 대형서점들은 인터넷 판매시 할인을 해주지 않고 3∼5% 정도의 마일리지 서비스만 제공해왔다. 대형서점은 인터넷 판매시 따로 배송료를 받지 않기 때문에 10% 내외의 할인폭 정도면 온라인 서점과 경쟁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과제〓파국으로 치닫던 정가제 논란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됐지만 이같은 합의안이 출판사와 인터넷 서점의 주도로 이뤄진 것이어서 완전정가제를 요구해 온 한국서점연합회 등 서점측의 반발이 예상된다.
한국서점연합회 임정은 사무국장은 “서점과 출판사 등이 참여하는 도서유통협의회에서 완전 도서정가제 준수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데 이같이 합의한 데 배신감을 느낀다”면서 “조만간 중소형 서점들이 모여 대응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소형 서점은 이같은 ‘평화협정’을 무효화시키기 위해 출판사의 납품 거부 등 극단적인 집단행동까지는 벌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출판계가 불황에 허덕이는 마당에 자칫 잘못하면 출판시장 자체가 붕괴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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