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서린 제타 존스, 줄리엣 비노쉬, 제니퍼 로페즈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은 12개 부문 후보에 오른 ‘글래디에이터’와 10개 부문 후보에 오른 ‘와호장룡’의 팽팽한 경쟁으로 초반부터 긴장감을 자아냈다.
시상식이 시작되자마자 가장 먼저 발표된 미술감독상 부문에서 ‘와호장룡’이 상을 타면서 기세 좋게 출발했지만 바로 뒤를 이어 ‘글래디에이터’가 의상상과 음향상을 수상하며 앞서 나갔다. 그러나 곧바로 ‘와호장룡’이 촬영상, 음악상을 타며 다시 순위가 뒤바뀌는 난전(難戰)이 계속됐다. 두 영화는 작품상 하나만을 남겨둔 마지막 시점까지 똑같이 4개 부문에서 수상해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경쟁을 벌였다.
○…아카데미 시상식장은 여배우들의 패션 경연장으로도 유명하다. 올해의 특징은 배우들의 신체노출이 적고 유난히 땅에 끌리는 검은 드레스가 많았다는 점.
여우주연상을 탄 줄리아 로버츠는 앞에 ‘Y’자 모양의 흰 줄무늬가 장식된 검은 드레스를 입었으며 캐서린 제타 존스, 줄리엣 비노쉬, 페네로페 크루즈, 줄리 앤드류스 등이 검은 드레스를 입고 나타났다.
전체적으로 ‘엄숙’해진 패션에 파격을 준 사람은 도발적 이미지의 두 여배우. 안젤리나 졸리는 ‘검은 드레스 물결’에 반기라도 들 듯 번쩍이는 하얀색 바지 정장을 입었고 가수 겸 배우 비욕은 백조가 몸을 감싸는 듯한 희한한 의상으로 눈길을 끌었다.
남자배우들은 대체로 검은 정장 차림이었지만 남우조연상 후보인 조아킨 피닉스는 헝클어진 머리에 타이도 매지 않고 껌을 씹으며 ‘불량’하게 입장해 주목을 받았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은 2001년에 열린 행사에 걸맞게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진짜로 실현해 눈길을 끌었다. 지구에서 200마일 떨어진 국제 우주정거장 ‘데스티니’와 화상을 연결해 우주 비행사들의 축하 인사로 시상식의 문을 연 것. 우주 비행사들의 소개로 무대에 등장한 사회자 스티브 마틴은 “시상식장과 우주 정거장을 연결하기 위해 1조 달러가 들었다. 그 돈은 다 여러분들이 세금으로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농담을 던졌다.
○…이번 시상식에서도 몇몇 안타까운 탈락자들이 눈길을 끌었다. 여우조연상 유력후보로 거론됐던 케이트 허드슨이 상을 탔더라면, 1970년 ‘선인장꽃’으로 여우조연상을 탄 그의 어머니 골디 혼과 함께 아카데미 같은 부문에서 상을 탄 첫 모녀가 될 뻔 했다. 또 톰 행크스는 이번에 남우주연상 3회 연속 수상 기록에 도전했으나 러셀 크로에게 밀려 고배를 마셨다. 유명한 영화음악가 엔리오 모리꼬네도 올해까지 포함, 모두 5번이나 수상 후보에 올랐지만 이번에도 수상에 실패해 아카데미와의 악연(惡緣)을 끊지 못했다. 공로상을 받은 촬영감독 겸 영화감독 잭 카디프는 아카데미 촬영, 감독상 부문에 모두 4번이나 후보로 올랐으나 한 번도 상을 받지 못하다 이번에 오랜 숙원을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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