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의학자가 폐와 췌장에 만성질환을 일으키는 유전자의 역할을 규명함으로써 관련 질환의 치료에 한 발 다가서게 됐다.
연세대의대 약리학과 이민구(李敏九·사진)교수팀은 “폐 췌장 등에 만성질환을 일으키는 유전자 ‘CFTR’가 호흡기나 장기의 산성도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물질인 ‘중탄산이온’(HCO₃~)을 옮기는 능력이 떨어지면 각종 질병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26일 발표했다.
중탄산이온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해당 부위에서 부족해지면 점막이 산성화해 점액이 끈끈해져 기도 등이 막힘으로써 만성기도폐쇄질환이 생기며 췌장과 소장이 손상된다.
미국 텍사스대의대 슈멜 무알렘교수팀과 공동으로 진행된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적인 과학잡지 ‘네이처’ 3월호에 게재됐다. 지금까지 의학자들은 CFTR가 염소이온을 옮기는 능력이 떨어졌을 때 폐 췌장에 질환이 생기는 것으로 보고 만성질환 치료를 시도했으나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
이교수는 99년 CFTR가 기존에 알려진 염소이온 수송능력 외에 중탄산이온을 수송하는 능력이 있음을 밝혀낸 적이 있다.
이교수는 “기도나 췌장의 세포가 중탄산이온을 잘 분비할 수 있도록 하면 관련 질환을 치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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