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의 슈바이처’로 불리는 강원 원주 문이비인후과 원장 문창모(文昌模·94)박사가 70년간의 진료활동을 마감하기로 해 아쉬움을 던져주고 있다.
구순을 넘은 나이에도 환자들을 돌봐 기네스북에 ‘세계 최고령 진료의사’로 기록돼 있는 문박사는 24일 마침내 가운을 벗고 평범한 자연인으로 돌아갔다.
“눈감는 날까지 진료를 멈추지 않겠다”고 공언해온 그도 무심하게 흘러가는 세월 앞에서는 어쩔 수 없는 듯했다.
“하나님에게 늙어 죽을 때까지 진료하겠다고 맹세했는데…. 나이 들어 걷기가 불편하고 손놀림도 둔해져 자칫 환자들이 다칠지 모른다고 자식들이 극구 만류하잖아….”
그의 은퇴에는 92년 국민당 전국구 의원일 때 각별한 관계였던 정주영(鄭周永)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별세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
문박사는 “정회장과 ‘100세까지 함께 일하자’고 약속했었는데 일곱살이나 아래인 그 사람은 먼저 가고 나도 천직을 접게 됐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평북 선천 출생으로 1931년 세브란스의전을 졸업한 뒤 70년 동안 의사를 천직으로 삼아왔다. 특히 58년 연세대 원주기독병원의 전신인 원주연합기독병원장으로 부임한 후 원주에서만 43년을 헌신해 왔다.
출장 등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진료를 거르지 않았고, 환자가 돈이 없으면 무료로 진료해준 적도 부지기수다.
문박사가 존경을 받는 또 다른 이유는 크리스마스실을 발행하고 나환자촌을 건설하는 등 ‘소외된 이웃’을 위해 헌신해 왔기 때문.
문박사는 은퇴 후 신앙생활에 전념하겠다는 뜻을 밝혔으며 그가 폐업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원주기독병원은 31일 시민과 함께 아쉬움을 나누기 위한 은퇴식을 마련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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