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길(金元吉)보건복지부장관이 28일 건강보험 재정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목적세 신설을 주장한 데 대해 파문이 일고 있다. 세정당국인 재정경제부와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목적세 축소라는 시대적 추세를 거스르는 발상”이라고 반발했다. 보건복지부도 김장관이 실무진과 사전협의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불쑥 ‘목적세 신설’을 밝힌 데 대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선진국의 경우 조세 신설은 전쟁 등 매우 특수한 상황에나 이뤄지는 점을 감안하면 의보재정문제로 목적세를 신설한다면 국제적으로도 비판받을 소지가 크다.
▽재정경제부의 반박〓재경부 고위당국자는 “김장관이 말한 목적세 신설은 현시점에서 적절치 않으며 검토할 만한 가치도 없다”고 잘라 말하고 “필요하다면 국회의 심의를 거쳐 일반회계로 건강보험 재정 예산을 편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이 당국자는 또 “목적세를 새로 만들어 특별회계로 운용하면 재정의 신축성을 떨어뜨리고 재정낭비를 초래하기 쉽다”며 “외국인투자 유치에 걸림돌이 되고 통상마찰을 유발하는 부작용도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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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재경부는 올해 업무계획에서 이미 있는 목적세도 줄여나가 조세체계를 간소화한다는 내용을 중점 추진과제에 포함한 바 있다. 이를 위해 현재 국세 중 목적세인 △교통세 △ 농어촌특별세 △교육세 중 우선 올해 안에 교통세를 없애고 농어촌특별세도 당초 시한인 2004년보다 앞당겨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민간 경제전문가들의 비판〓서울시립대 세무대학원 임주영(林周瑩)교수는 “실업대책 등으로 앞으로 가뜩이나 국민세금이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난데없이 목적도, 사용처도, 실효성도 확실하지 않은 건강보험 관련 목적세를 신설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화여대 경제학과 전주성(全周省)교수는 “의료보험이 당장 현안이 되고 있긴 하지만 실제로는 시기적 차이가 있을 뿐 전반적인 사회보장 정책들이 다 적자 비상이 걸려 있는 실정”이라며 “이런 상태에서 근본적인 사회보장 재정균형에 대한 고민 없이 목적세라는 미봉책이 실효가 있을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복지부조차 당혹〓복지부 관계자들은 김장관 발언을 언론보도를 통해 뒤늦게 알고 의아해하다 재경부측으로부터 항의성 문의 전화를 받고 “김장관이 사견으로 했을 것”이라며 당황해하는 분위기다.
특히 의보재정 적자대책으로 검토 중인 의료보험료 인상과 국고 추가 투입만 해도 국민과 정치권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취임한 지 얼마 안되는 ‘정치인 장관’이 실무진과의 상의도 없이 세금을 새로 만들자는 말을 꺼내 여론의 반발이 커질 것을 걱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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