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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자 세상]자식이 상전이라…

입력 | 2001-03-28 18:58:00


회사원 C씨(37)는 화통한 성격으로 동료들로부터 ‘터프한 남자’로 불린다. 그런 C씨가 최근 초등학교에 입학한 외동딸과 전화통화를 했다. C씨의 얘기.

“아빠야, 왜 학원에 안 갔어?”

“그렇게 무작정 싫다고만 하지 말고 잘 생각해봐. 네가 원해서 다니기 시작했잖아.”

“무작정 싫다고만 하지 말고 아빠가 이해할 수 있게 설명을 해봐.”

“그럼 아빠가 선생님한테 말씀드려서 네가 이해할 수 있게 수업 내용을 쉽게 해달라면 안될까?”

“필요 없다고 생각하지 말고. 아빠가 선생님한테 다시 얘기해볼게.”

“그럼 오늘은 그냥 집에서 쉬고 내일부터 다시 나가면 좋겠다.”

“무작정 싫다고만 하는 것은 잘못된 일 아닐까?”

“지금은 아빠가 바쁜 시간이니까 전화 그만 끊고 집에서 다시 얘기해보자.”

전화를 끊자마자 C씨는 금연 팻말이 커다랗게 붙은 사무실에서 담배 한 개비를 꺼내 문 뒤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자식 키우려면 ‘부처님 가운데토막이 돼야 한다’는 어르신들 말씀, 하나도 틀린 것이 없는 것 같아.”

jsonh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