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지오디)’ 팬들이 4월5일 서울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리는 공연에 대해 “공연의 질이 보장되지 않는다”며 장소 변경 요구 등을 담은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그룹 ‘H.O.T.’의 팬들은 최근 “해체를 반대한다”며 ‘H.O.T.’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사 앞에서 1시간반 동안 시위를 벌였다.
일부 팬들의 이같은 집단 행동을 어떻게 봐야 할까.
물론 팬의 권리 주장이라는 일면이 있다. 좋아하는 만큼 가수들에게 바라는 것도 많은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애정이 지나치다는 인상도 받는다.
공연 장소를 결정하는 것은 가수의 몫이다. 게다가 이번에는 당초 공연장이었던 체조경기장의 지붕이 폭설로 무너지면서 장소 변경이 불가피했다.
‘god’의 소속사인 싸이더스측은 “공연의 질 문제는 거론할 수 있으나 집단 서명으로 장소 변경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한다.
또 한가지는 공연장 크기가 공연의 질을 좌우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싸이더스측은 “체조경기장 공연에 예정했던 액수보다 다섯배나 많은 경비(8억여원)를 투입했다”고 전했다. 1월말 열렸던 ‘H.O.T.’공연도 같은 이유로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렸으나 무리없이 진행됐던 전례가 있다.
‘H.O.T.’해체에 대한 팬들의 시위도 마찬가지다.
멤버들이 장래를 위해, 혹은 음악적 견해 차이로 해체를 결정할 수도 있으나 팬들은 이를 용납하지 않을 태세다. 그렇다면 ‘H.O.T.’는 평생 ‘H.O.T.’로 살아가야 하는가.
팬과 가수들은 유 무형의 쌍방향 대화를 통해 서로의 가치를 확인하지만 상대편에게 부담스럽지 말아야 한다. ‘유리상자’처럼 팬들의 의견을 토대로 타이틀곡을 정하거나 조관우가 마련한 음반 투자 구좌에 팬들의 말없는 성원이 쇄도한 것 등은 이런 측면에서 매우 보기좋은 사례다.
반면에 ‘god’나 ‘H.O.T.’ 팬들의 ‘반대 시위’는 자칫 잘못하면 대화가 아니라 가수들을 좌지우지하겠다는 의도로 비쳐질 수 있다.
“팬들의 사랑은 인정하지만 너무 부담스럽다.” ‘god’의 솔직한 고백이다.
h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