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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MBC 창작애니조기종영 논란

입력 | 2001-03-29 10:02:00


MBC가 지난 1월 5일부터 방송한 창작애니메이션 「가이스터즈」(매주 금요일 오후 5시 20분)를 오는 30일 조기 종영하기로 함에 따라 애니메이션을 애호하는 시청자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3년여에 걸쳐 40여억원을 들여 기획, 제작된 이 애니메이션은 모두 26회에 걸쳐 방송될 예정이었으나, 평균 2~3%대의 저조한 시청률로 제작사인 프레임 엔터테인먼트측에서 추가 재원을 유치하지 못해 이번에 13부를 마지막으로 종영하게 된 것.

제작사측은 TV 방영을 통해 시청자에게 이 작품을 알리고 난 뒤, 캐릭터 사업, 해외수출 등을 통해 창출된 이윤으로 26부까지의 제작비를 충당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시청자들이「가이스터즈」의 인터넷 시청자 게시판에 올려놓은 불만 가운데는 "MBC가 이 만화의 방영시간을 지나치게 이르게 편성해 주요 타깃으로 삼았던 청소년층의 접근을 어렵게 했기 때문에 조기종영에 이르고 말았다"는 주장이 다수.

서기 2099년을 배경으로 인류, 돌연변이 인류, 유전자 변형으로 포악해진 동물인 '크리쳐' 종족 간의 사활을 건 전투가 중심내용인 이 작품은 15세 이상 관람가의 판정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중, 고교생과 성인 시청자들은 보기 힘든 매주 금요일 오후 5시 20분에 방송돼 왔다.

MBC의 외주제작부 관계자는 저조한 시청률에 대해 "방송시간의 문제라기보다는 애초에 생각했던 것보다 청소년층의 애니메이션 마니아들 수효가 매우 적기 때문"이라며 "대대적인 홍보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결과가 나왔다면 다른 시간대에서도 경쟁력이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시청자들의 생각은 다르다.

게시판에 글을 올린 박은정씨는 "학교에 갔다와서 학원에 가게되는 어중간한 시간에 방송됨으로써 많은 관심을 가졌던 이 애니메이션을 3번밖에 보지 못했다"며 "MBC가 비싼 돈을 들인 창작애니메이션에 대해 무성의한 편성으로 일관한 것 같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MBC는 오후 4시 30분~ 5시 50분 사이에 만화영화를 편성해 놓고 있다. 이때 방송되는「부메랑 파이터」,「레드 바론」,「몬타나 존스」등의 만화는 시청률 5%를 거의 넘기지 못한다. 반면 오후 5시대에서 7시 사이에 만화영화가 방송되는 KBS와 SBS의 만화영화는 15% 이상의 시청률을 보이는 경우가 종종 발견된다. 오후 6시 30분에 방송됐던 KBS 2TV의 창작애니메이션「검정고무신」도 최고 17.5%의 시청률을 기록한바 있다. 단순히 '만화가 재미있고, 없고'의 차이로 이러한 격차가 발생한다고 보기는 힘들다.

프레임 엔터테인먼트의 이종오 과장은 "조기종영의 가장 큰 원인은 지나치게 이른 편성 때문으로 생각한다"며 "「가이스터즈」이후 청소년용 창작 애니메이션이 우리나라에서 자리잡기는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연합뉴스 최승현기자] vaida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