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하진 않지만 네티즌들의 지지를 받으며 조용히 뜨고 있는 드라마가 있다. KBS2의 미니 시리즈 가 요즘 눈길을 끌고 있는 드라마이다.
사실 외형적인 수치만 보면 가 인기 높은 드라마라고 말하기 어렵다. 방송을 시작한 초반에는 MBC 의 거센 인기 돌풍에 말려 고생을 했고, 그후에는 와 이라는 대형 사극 틈바구니에서 고생을 하고 있다.
그동안의 평균 시청률은 10% 안팎. 가 종영한 지난 주부터 14%대로 상승했다. 눈에 띠는 상승세지만, 아직 다른 드라마에 비하면 그리 나을 것이 없는 성적이다.
하지만 신세대 시청자들의 반응을 바로 보여주는 인터넷 홈페이지의 게시판은 평범한 시청률의 수치와는 달리 뜨겁다. 29일 현재까지 올라온 의견 수가 16308건. 지금까지 모두 8회가 방송된 것을 감안하면 회당 평균 2000건이 넘는 시청의견이 올라온 셈. 드라마의 내용과 연기자들의 연기를 칭찬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젊은 시청자들이 를 이처럼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깔끔한 스토리 전개 때문이다. 이 드라마의 소재는 아이를 혼자 키우는 20대의 젊은 미혼모이다.
혼전의 관계로 가진 아이를 키우는 미혼모는 결코 새로운 소재는 아니다.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70년대 멜로 드라마의 교과서라 할 수 있는 에서도 미혼모가 등장했고, 그동안 삼각 관계의 멜로물에서도 심심치않게 나왔다.
하지만 이전의 드라마들이 미혼모를 떳떳치 못한 관계에서 생겨난 부정적인, 비극적인 이미지로 그린데 반해, 에서는 자신의 사랑을 위해 당당하게 살아가는 밝은 모습을 담고 있다.
물론 그 밝음이라는 것이 트렌디 드라마에서 볼 수 있는 발랄하고 경쾌한 즐거움은 아니지만, 자신의 삶을 부인하지 않고 긍정하면서 꿋꿋이 살아가는 젊은 미혼모의 모습은 그전까지 드라마에서는 볼 수 없던 것들이다.
박진희, 류진, 최민용, 최정윤 등 젊은 연기자들의 호연도 드라마가 호평을 받는 이유.
한동안 TV에 모습을 비추지 않았던 박진희를 비롯해 인기 정상의 톱스타는 아니지만 젊은 기대주들이 풋풋하면서도 나름대로 완성도 있는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강우혁 역을 맡은 최민용은 이 드라마 전에는 이름조차 생소했던 연기자. 하지만 명성에 기대지 않은 젊은 연기자들의 공들인 연기는 드라마를 생기있게 만들고 있다.
멋진 액션이나 화려한 대사가 등장하지는 않지만, 감정을 적절하게 안으로 삭히면서 펼치는 차분한 연기는 그동안 허공에 떠있는듯 건들건들했던 신세대 드라마 속의 연기와는 확실히 다르다.
‘CF스타’라는 꼬리표를 늘 달고 다녔던 박진희는 이 드라마를 통해 확실하게 한명의 연기자로 자리잡았다는 인상을 준다. 결코 쉽지 않은 미혼모의 역할을 소화해낸 그녀를 두고 요즘 KBS 드라마 제작국에서는 칭찬이 자자하다. 김승조 역의 류진 역시 그동안 일일극, 주말극 등을 거치면서 착실히 경험을 쌓아온 '내공'이 이 드라마에서 잘 발휘되고 있다.
무엇보다 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연기자는 최민용. 꿈꾸는듯한 나른한 눈매와 듬직한 체구, 경박스럽지 않고 묵직한 연기는 일천한 연기 경력에 비해 강한 존재감을 느끼게 한다.
청소년 드라마 에 출연한 이후 군에 갔다왔던 그는 우연히 방송사에 인사를 왔다가 연출자의 눈에 띄어 발탁됐다. 벌써부터 사이버 공간에 그의 팬 클럽이 자생적으로 생길 정도로 그의 인기는 만만치 않다.
앞으로 의 목표는 이런 잠재적인 인기를 실질적인 시청률로 연결시키는 것. 하지만 이미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이 드라마가 나 처럼 오랫동안 사랑받는 ‘컬트 드라마’의 반열에 올랐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김재범 oldfie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