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자유를 규정하는 궁극적인 기준은 판단(judgement)에 관한 언론의 독립이다. 이 판단은 오로지 신문 독자와 방송 시청자들이 무엇을 알기를 원하는지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 독립적인 판단을 위해 필요한 조건을 무시하거나 오해할 때 언론자유가 무너진다.
자유로운 언론이 내리는 판단은 나라와 시대마다 다르다. 선악 진위 그리고 무엇을 보도하고 무엇을 무시할 것인지, 무엇을 칭찬하고 무엇을 비난할 것인지, 누구를 다루고 누구를 배제할 것인지에 대한 판단은 시대에 따라 언론사에 따라 변하며 달라진다.
▼검열외 조사-질의로도 위협▼
언론 자유는 기사의 질과 양에 따라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언론의 자유는 언론을 위협하는 정치 경제 문화세력 등과의 관계에서 평가돼야 한다.
언론에 대한 가장 큰 위협은 정치적인 것으로서 정부와 언론 사이에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지 못하는 억압적인 정부가 대표적이다. 이런 정부는 저급한 수준(검열)에서부터 고차원적(언론을 위협하기 위한 조사 또는 질의) 수준까지 동원할 수 있다. 수준이 어떻든 목적은 모두 정치인의 판단으로 언론인의 판단을 대체하려는 것이다.
정부와 언론의 분리가 둘 사이의 관계를 완전히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고 확대하기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정부는 독립적인 사법부를 구성해 언론의 자유를 보장할 수 있다. 정부는 언론관련 소송이 있을 때 사법부로 하여금 정부쪽도 아니고 언론쪽도 아닌 국민을 위한 판결을 내릴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줌으로써 언론자유 확립에 일조할 수 있다.
정부는 또 기자들의 취재활동을 보장하는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정부)행사와 문서에 대한 언론의 접근 보장이 바로 그것이다. 언론의 자유를 위해 정부가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은 정부 검열만큼 위험한 사적 압력으로부터 언론을 보호하는 법과 정책을 제정하는 것이다.
언론에 경제적 위협이 가해질 수 있음을 인정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자유시장 경제에 익숙한 기자들은 경제적 위협이 언론에 가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다. 광고 수입에 주로 의존하는 언론사들은 광고주의 요구와 국민의 알권리 사이에서 긴장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광고주들이 기사 내용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광고주의 진정한 영향이나 압력은 그들이 팔기를 원하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선호하는 계층의 독자들을 목표로 특정 형태와 내용을 포함한 광고를 위해 (언론사에) 지원하는 경우에 나타난다.
기자들은 경제적 압력을 무시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문화적 위협도 부인하거나 무시한다. 문화적 위협은 바로 ‘프로페셔널 정신(culture of professionalism)’이라는 함정이다.
언론의 프로페셔널 정신은 각자의 자율과 판단의 독립을 의미한다. 그러나 프로페셔널 정신은 오히려 기자의 자율과 판단의 독립을 방해한다. 프로페셔널 정신은 기자들에게 어떤 기준을 의미하며 이는 규격화를 낳고 규격화는 획일적 잣대를 낳는다. 획일적 잣대는 판단의 독립과는 배치된다.
프로페셔널 정신을 내세우는 기자들은 사건이나 인물을 분석하지 않고 정확하게 기술하는 것이 최우선이라는 우(愚)를 범하기 쉽다. 사건이나 인물을 객관적으로 기술하기만 하면 독자들에게 진실하고 정확한 모습을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언론관은 뉴스의 내용으로부터 형태를 분리하게 하고, 뉴스의 내용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지 않게 함으로써 기술자(記述者)로서의 언론의 역할을 점점 더 강화한다.
▼기자의 판단-해석 인정해야▼
프로페셔널 정신은 기자의 역할을 혼란스럽게 한다. 언론이 창작과 비슷한 측면이 있다는 것을 부정하도록 만든다. 기자들이 주제와 시각을 가진 이야기(story)를 쓰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언론을 창작의 영역으로 보고 기자를 판단이 들어간 이야기를 쓰는 작가(writer)로 평가하는 것이 언론의 독립성을 인정하는 것이며, 언론이 사실(fact)에 대한 해석과 판단을 전하는 창조적 행위임을 인정하는 것이다. 이 같은 판단과 해석을 인정할 때만 기자들은 독립에 대한 자부심을 가질 수 있으며 의무도 느낀다.
시어도어 글래서(미 스탠퍼드대 언론대학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