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명문 K대 4학년생 L양과 나눈 대화. 중고교 시절 3년 반 동안 미국에서 거주해 영어에는 큰 불편을 느끼지 않는 학생이다.
“공부 잘하니? 요즘 그렇게 취업하기가 어렵다는데…. 너희가 ‘저주받은 학번’이라는 얘기도 있더라. 영어공부하느라고 난리라며….”
“요즘 성골(聖骨)이 누군지 아세요?”
“….”
“부모가 재력이 있고 교육에 대한 열정도 있어 일찌감치 조기 유학해 미국의 아이비리그에 진학한 애들이에요.”
“진골(眞骨)은?”
“괜찮은 부모 덕분에 유년 시절 영어권 나라에서 몇 년 살다 와 한국에서 대학 다니는 애들이에요.”
“6두품(六頭品)도 있겠구나? ”
“‘스카이(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에 들어가 죽도록 토플 토익 공부해서 괜찮은 직장에 들어가는 애들이래요.”
“영어 때문에 정말 스트레스가 많은가 보구나.”
“저희 과 애들도 대부분이 휴학계를 내고 어학연수 가거나 어학원에 다니느라 전공 공부는 엄두도 못 내요. 죽자고 영어공부를 하지 않아도 되는 것만으로도 저는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요.”
osc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