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고시안(案)이 규제개혁위원회의 제동에 걸려 ‘유보결정’이 내려짐에 따라 공정위의 신문고시안 제정계획도 큰 차질을 빚게 됐다.
규개위 회의에서 민간인 위원들은 한결같이 “공정위가 신문고시를 다시 살릴 이유가 모호하다”며 당국의 불분명한 정책방향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둘러 신문고시를 만들려던 공정위는 이날 규개위 결정에 대해 “유보가 아니라 재검토”라며 애써 의미를 축소하는데 급급했다. 그러나 이변이 없는 한 다음 분과위원회에서도 비슷한 결론이 내려질 것으로 보여 자칭 ‘경제검찰’로 부르는 공정위로서는 공신력에 큰 흠집이 생기게 됐다.
▽고시 부활 명분이 없다〓규개위원들이 반대 목소리를 분명히 한 것은 정부정책에 일관성이 없다는 대목. 99년 규제완화 차원에서 없앤 신문고시를 지금에 와서 다시 만들 이유를 찾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고시 폐지후 신문업계의 자율개선 노력이 미흡하다는 점을 들었으나 신문협회측은 “업계 스스로 자율규제를 강화했기 때문에 위반건수가 표면적으로 늘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시민단체와 몇몇 언론사들의 말을 듣고 고시부활을 추진한 공정위는 규개위에 고시부활을 해야 할 명백한 이유를 제시하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규개위의 한 민간위원은 “공정위는 가급적 빨리 고시부활을 했으면 좋겠다는 입장이었으나 기존에 있는 공정거래법으로도 신문사의 불공정 거래를 처벌할 수 있으므로 이중규제를 받을 염려가 높다는 것이 규개위 입장”이라고 지적했다.
▽시기도 안 좋다〓규개위원들이 반대한 또 다른 이유는 신문산업의 중요한 과제인 부실신문사 퇴출이나 신문발행부수공사(ABC)제도를 해결하지 않은 상태에서 고시를 제정하려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는 것. 규개위측은 “없앴던 것을 다시 만들려면 명분과 원칙이 있어야 한다”며 “공정위는 이에 대해 합리적인 대답을 내놓지 못했다”고 밝혔다. 더욱이 신문사들이 국세청 세무조사 등으로 어수선한 시기에 공정위까지 가세할 경우 언론탄압 비난을 받을 수 있어 시기적으로도 적절하지 못하다는 의견이 쏟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 실무자도 하소연〓공정위는 신문고시 부활을 위해 고시제정 필요성에 대한 기초자료를 더 준비해 내주 열릴 규개위에 다시 올릴 방침이다.
공정위는 97∼99년 신문고시가 있을 때 한해 평균 8000건의 신고가 접수돼 실무자들이 업무를 제대로 처리하기가 어려웠다고 밝혔다. 공정위 실무관계자는 “이번 고시안은 공정위의 자의적인 해석이 폭넓게 가능하도록 돼 있어 고시대로 일을 제대로 하려면 공정위안에 ‘신문고시국’을 별도로 둬야 할 판”이라고 하소연했다.
한편 28일 열린 규제위 경제1분과 위원회에는 안문석 위원장(고려대 교수)을 비롯, 이윤호 LG경제연구원장, 김일섭 회계연구원장, 김재옥 소비자 시민모임 사무총장, 조학국 공정위 사무처장, 남기명 법제처 경제법제국장, 정강정 국무조정실 규제개혁조정관 등 민관 위원들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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