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는 멀쩡하다가도 영어만 하려고 하면 잔뜩 긴장된 얼굴로 혀를 이리저리 뒤틀면서, 국적 불명의 괴상한 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일본식 영어교육에서 물려받은 ‘발음 공포증’ 때문인데, 일본인이라면 몰라도 우리 한국인은 영어발음에 대해 별로 걱정할 필요가 없다. 우리 한국어의 발음은 몇 가지만 제외하고, 거의 다 영어발음의 오차 범위 안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쓸데없이 입 근육을 긴장시키거나 혀를 꼬지 말고 자연스럽게 발음하면서, 지금부터 설명하는 대로 열심히 연습하면, 국제 무대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훌륭한 발음을 할 수 있다.
발음이 나쁜 이유는 단 하나, 게을러서 연습을 안 했기 때문이다.
그럼 이제부터 우리나라 사람들이 흔히 틀리는 발음들을 설명하겠다.
1. ‘음절’을 제대로 지키자.
음절이란 자음과 모음이 만나서 만든 한 덩어리의 소리를 말한다. 그런데 이것을 잘못 발음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cake’을 ‘케이크’라고 발음하는 것이다. ‘cake’ 의 발음은 [keik]이므로 1음절 단어다. 따라서 우리말로 ‘케’ ‘이’ ‘크’ 라고 3음절로 발음하면 안 되고, 한 개의 음절로 ‘케이ㅋ’, 이렇게 ‘케’뒤에 ‘이ㅋ’을 슬쩍 붙여서 한 덩어리로 발음해야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맨 마지막에 오는 자음에 ‘ㅡ’ 나 ‘ㅣ’를 붙여서 독립된 음절로 발음하는 습관이 있는데, 발음기호 [keik]을 아무리 들여다 보아도 마지막 [k]발음 뒤에 모음은 없다. 따라서 ‘ㅡ’ 나 ‘ㅣ’ 같은 모음을 덧붙이면 안 되고, 그냥 받침처럼 앞 발음에 붙여서 발음해야 한다.
우리가 생각하기에는 ‘그게 뭐 그렇게 중요한가?’ 할지 몰라도, 이것을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 일본 사람들이 “감사합니다”를 “카무사하무니다”라고 말하는 것을 들을 때처럼 괴상하게 들린다.
2. 강세를 정확히 지켜야 한다.
영어 발음의 특징은 강세에 있다. 강세가 있는 음절은 강하고 길게, 없는 음절은 약하고 짧게, 거의 무시하듯이 발음한다. 강세가 틀리면 완전히 다른 단어가 되거나 못 알아듣는 수가 있다. 예를 들어 ‘banana’를 ‘바나나’라고 하면 한국식 발음에 익숙지 않은 영-미국인은 못 알아듣기 쉽다.
발음이 [b nゾn ]이므로 ‘내’를 강하고 길게 발음하면서 앞뒤로 ‘버’와 ‘너’를 슬쩍 붙여, ‘버내너’ 라고 발음해야 알아듣는다. ‘concert’ 같은 단어는 강세를 잘못 넣으면 완전히 다른 단어가 된다. 첫 음절에 강세를 넣어서 [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