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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심 앞에 선 여야…성철스님 생가복원식 성황

입력 | 2001-03-30 18:38:00

겁외사서 열린 성철스님 생가복원식에 참석,합장하고 있는 이회창총재(왼쪽)와 김중권대표.


30일 경남 산청군 단성면 겁외사(劫外寺)에서 열린 성철(性徹)스님 생가 복원과 겁외사 창건 회향법회에는 전국의 스님들과 불교신자 3000여명이 운집한 가운데 여야 정치인 50여명도 참석했다.

때아닌 함박눈이 내린 이날 행사장 맨 앞줄에는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와 민주당 김중권(金重權)대표 김기재(金杞載)최고위원, 박준영(朴晙瑩)대통령공보수석비서관, 김혁규(金爀圭)경남지사 등이 나란히 앉았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박수석이 대신 읽은 축하 메시지에서 “(성철 스님의) 철저한 수행을 배우려는 분들은 모두 견성성불(見性成佛)하라”면서 “민족사의 분기점에서 불교계가 새 천년 국운 융창에 선도적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이회창총재는 축사를 통해 ‘영원한 진리를 위해 일체를 희생하겠다는 서원을 새긴 쇠말뚝을 늘 가슴에 박아놓고 살았다’는 성철스님의 말씀을 상기하면서 “진실과 원칙을 지켜낼 성철스님의 쇠말뚝이 지금처럼 간절히 요청된 때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총재는 이어 “처가 동네인 산청에 와서 특별한 인연을 느낀다”며 “성철스님이 입산한 1935년에 내가 세상에 태어났다”고 덧붙였다.

김중권대표는 축사에서 “사회가 어렵고 경제가 어려운 이 때 불교의 장엄한 호국정신이 가슴 속에 와 닿는다”며 “경제회생 국민화합 남북대화를 위해 불교정신으로 다시 뭉칠 때가 바로 지금”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성철스님의 법문 중에 마음의 눈을 가리는 세가지 독이 있는데 그 첫째가 욕심”이라고 소개하고 “무욕을 실천하는 마음가짐으로 살아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총재와 김대표는 성철스님의 유품을 전시한 포영실(泡影室) 개관 기념 테이프커팅을 마친 뒤 생가 선방인 쌍검당(雙劒堂)에서 겸상으로 점심을 했다. 그러나 분위기가 어색하다고 느낀 듯 몇몇 스님들이 자리를 함께 해 의약분업을 화제삼아 얘기를 나눴다.

▼원로스님들 이총재와 대화▼

한편 이총재는 행사가 시작되기 전 부인 한인옥(韓仁玉)여사와 함께 대웅전에서 삼배를 올려 예불한 뒤 생가 선방에서 대한불교 조계종 원로회의 의장인 법전(法傳)스님 등 원로스님 10여명과 헌다(獻茶)했다.

정대(正大) 총무원장은 ‘부득이한 선약’을 이유로 이날 행사에 불참했다.

▽성수(性壽·불교 원로회의 위원) 스님〓마음을 편하게, 항상 웃으며 대안(大安)의 심정으로 지냈으면 좋겠다.

▽이총재〓그렇게 하겠다.

▽성수 스님〓욕이 세 가마면 한 가마는 나라님이 거둔다고 했다. 사람들의 욕을 고깝게 듣지 말라. 정대 스님의 상생(相生) 정치하라는 말이 잘못 전달됐으니 넉넉히 뜻을 거둬라.

▽이총재〓오해하게끔 한 내 잘못이 크다.

▽성수 스님〓흙탕물도 바닷물이 되면 맑아진다. 오탁(汚濁)을 가리지 막고 넉넉하게 거두어 살라.

▽천운(天雲·대흥사 조실) 스님〓나라님은 항상 사람들을 높이 봐야 한다.

▽법전 스님〓세월이 힘듭니까. 백성을 아끼는 마음으로 임해야 한다. 고생 많이 한다.

jng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