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신문고시(告示) 제정 작업에 제동이 걸렸다. 이를 계기로 신문시장에 강력한 규제의 칼을 들이대려는 시대착오적인 신문고시 도입 방침은 전면 백지화돼야 마땅하다.
규제개혁위원회는 엊그제 관련 분과위를 열고 공정거래위가 5월부터 시행할 예정으로 도입을 서두르던 신문고시안에 대해 ‘논리적 설득력이 약하다’며 유보 결정을 내렸다.
회의에 참가한 규제개혁위원 7명중 민간위원 4명이 집중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이들은 신문고시 폐지(99년) 전과 후의 상황에 큰 변화가 없고, 신문시장이 특별감시를 받아야 할 만큼 엉망이 아니며, 서둘러 고시를 다시 제정할 만큼 국가적으로 민생에 위급한 상황인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정부 정책의 일관성 문제와 이중 규제의 가능성도 지적했다.
정부는 99년 규제완화 차원에서 기존 신문고시를 폐지했다. 이후 신문업계 스스로 자율적인 공정경쟁규약을 정해 시장개선 노력을 하고 있다. 이런 마당에 신문고시를 다시, 그것도 훨씬 강화된 내용을 담아 도입하려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더욱이 지금은 규제완화 측면에서 모든 것이 자율화되는 흐름이고 이는 정부의 정책기조이기도 하다. 또 현행 공정거래법으로도 얼마든지 불공정거래를 처벌할 수 있다.
우리는 특히 지금까지 공정위의 신문고시 제정 작업이 뭔가에 쫓기듯 서둘러 진행돼 왔다는 점에서 그 배경에 대한 의문을 감출 수 없다.
공정위는 문화관광부 신문협회 광고주협회 언론개혁시민연대 등의 의견을 들어 최종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지만 실제로는 초안에서 바꾸어진 게 거의 없다. 신문업계는 의견 수렴이 겨우 8일(3월2∼9일) 동안 서면질의로만 이루어졌고 그나마 업계의 의견도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고 관계자들은 밝혔다.
이렇게 보면 공정위는 순수하지 못한 의도로 요식적인 절차만 밟아 밀어붙이려 한다는 의심을 살 수밖에 없다. 이는 최근의 언론사세무조사 공정위조사 등과 맥을 같이한다고 보여진다.
우리는 규제개혁위 민간위원들의 여러 지적들이 신문시장의 현실을 반영한 옳은 의견이라고 본다. 신문고시안이 재상정되는 다음달 4일 규제개혁위에서 다시 한번 합리적인 토론을 거치기를 바란다. 이 과정에서 합리적 토론을 저해하는 어떤 시도도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수요와 공급에 의해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신문시장을 권력의 뜻에 맞도록 우격다짐으로 고치려는 발상은 이제 거둬들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