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이끄는 미국의 새 행정부에 처음으로 한국계 여성이 차관보급 고위관리로 기용됐다. 백악관은 29일 한국계 전신애씨(58)를 노동부 여성국장(차관보급)으로 내정했다고 밝혔다.
시카고에 거주하고 있는 전씨는 내정사실이 알려진 뒤 동아일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부시 대통령이 나를 노동부 여성국장으로 기용할 것이 확실하다는 얘기를 열흘쯤 전에 들었다”며 “(대만계인) 일레인 차오 노동장관이 적극적으로 밀어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 연방정부에서 여성국이 있는 곳은 노동부가 유일하다”며 “언제 워싱턴에 갈지는 차오 장관과 협의해 결정할 것이지만 정식으로 기용되면 열심히 일하겠다”고 말했다. 전씨는 상원의 인준절차를 거쳐야 한다.
1943년 경남 마산에서 출생한 전씨는 65년 이화여대 영문과를 졸업한 뒤 단돈 50달러를 들고 미국땅을 밟았다. 문중에서 남편 전경철씨(63)와의 동성동본 결혼에 반대한 것도 미국행을 결심한 또다른 계기가 됐다. ‘뚝심 좋은 마산색시’는 억척같이 공부해 노스웨스턴대에서 교육상담학 석사학위를 딴 뒤 78년 난민교육센터 소장, 82년 아시아자문위원회 초대위원장을 맡는 등 활발한 사회활동을 했다.
84년 일리노이주에서 처음으로 소수민족의 정치참여를 이끌어낸 능력을 인정받아 짐 톰슨 주지사의 특별보좌관으로 임명돼 관리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전씨는 소수민족 여성 등 소외계층을 위한 사업에 힘을 쏟았고 90년 ‘자랑스런 시카고 여성상’을 받았다. 89년 주 금융규제부 장관에 이어 92년 주 노동부장관으로 옮긴 뒤에도 노조와 기업에 공평하다는 평을 받으며 동양여성으론 드물게 8년 동안 자리를 지켰다.
그는 ‘뚝심좋은 마산색시 미국 장관 10년 해보니’(96년)와 ‘마산에서 링컨의 나라’ (97년) 등의 책을 펴내 미 관리로서의 경험담과 성공하기까지의 일화를 국내에 소개했으며 96년에는 ‘자랑스런 이화인상’을 받았다.
남편 전씨는 미 국립 아르곤연구소에 근무하고 있으며 장남은 시카고대 법대를 졸업한 뒤 변호사로, 차남은 할리우드에서 영화음악감독으로 활동중이다.
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