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와 성공의 투자학/로버트 해그스트롬 지음/석기용 옮김/
242쪽, 1만2000원/이끌리오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 떠오른 사람은 엉뚱하게도 마이클 크라이튼의 소설 ‘쥬라기 공원’의 수학자 이안 말콤이었다. 영화화되어 블록버스터의 대명사가 되었지만 크라이튼은 이 소설에서 말콤의 입을 빌어 우리를 지배하고 있는 혼돈이론을 포함한 비선형 복잡계를 설파하면서, 그 예로 생태계의 진화 및 공생관계, 날씨의 변화 그리고 주식가격의 행태를 대표적으로 들고 있다.
이번에 번역된 ‘지혜와 성공의 투자학’은 말콤 아니 크라이튼의 주장 중 주식에 관계된 부분을 줌업(zoom―up)시킨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쥬라기 공원에서 말콤의 직장이던 산타페 연구소가 복잡계나 혼돈이론의 중심으로 본서에서 여러 번 언급된 점 역시 흥미롭다.
복잡계는 수학 물리학 생물학을 넘나드는 학제간 연구로서 기본적으로 환경 변화에 반응해 상호작용하는 네트워크 시스템을 지칭한다. 이에 따른 프랙토(fracto) 차원을 포함한 다차원의 비선형 역동성을 분석해 불안정한 시스템(주식시장이 대표적)의 예측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이 책은 복잡계 연구를 중심으로 물리학, 생물학, 사회학, 심리학, 철학 등 원거리 학문이 투자분석을 위한 재무학에 어떻게 접목되고 있는지를 흥미있게 다루고 있다.
이는 물리학에서 뉴턴의 고전이론에 해당하는 현재의 주류 재무이론인 ‘균형이론 (equilibrium theory) 및 효율적 시장가설’에서 탈피하려는 새로운 시도로 읽힌다. 최근 부상하고 있는 경제물리학 (econo―physics), 행태 재무학, 생물학적 재무학 등 기존 증권 관련 서적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새로운 이론이 쉽게 설명되어 있으며 논리전개 역시 쥬라기공원만큼이나 흥미진진하다.
이 책은 이들 비주류 또는 신생이론의 입문서로 손색이 없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첫째, 아직 이러한 이론들의 적절성과 이에 따른 투자성과는 검증되지 않아 논란의 대상임에도 저자는 일관되게 이들 대안 이론을 두둔하고 있다. 예를 들어 최근 재무학의 화두 중 하나인 행태이론은 현실적으로 투자 지침을 제시하는 데 미흡한 점이 있다. 둘째, 이들 이론과 월 가에서 가장 존경받는 투자자인 워렌 버핏이나 찰리 먼거의 투자성과를 접목하는 부분은 다소 무리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위에서 열거한 신생이론들은 매우 전문적이고 계량적인 이론이다. 과연 이들 이론에 비전문적일 수 밖에 없는 증권 투자자들이 인접 학문에 대한 교양수준의 지식을 통해 투자성과를 높일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학문분야의 접목을 통해 주식투자방식에 새로운 시각을 흥미로운 방식으로 제시하고 있어 투자자들에게 많은 점을 시사하고 있다. 기존의 주식투자방식에 회의나 한계를 느끼고 있는 투자자들이 읽어 볼 만한 책이다.
안동현(고려대 교수·경영학)